지난 8월 '심심한 사과' 논란이 온라인을 들썩였다. 
   이는 서울에서 진행된 어느 웹툰 작가의 사인회를 예약을 담당한 업체가 오류에 관해 사과문을 적은 것이 시작이었다. 사과문 자체는 아무 문제 없어 보였지만 일부 누리꾼들이 "심심한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한 것에 대해 불만을 표했다. 심심하다는 표현에 반기를 든 것이다. 업체에서 표현한 '심심(甚深)'의 의미는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의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들은 "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의 의미로 해석한 것이다. 문해력의 차이가 소통을 방해함으로써 생긴 논란이다.
 '심심한 위로'라는 표현은 익숙한 표현이다. 물론 개인차가 존재하겠지만, 최근 스마트폰과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에 노출된 현대인들에게 문해력 차이는 사회적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유사 논란은 또 존재했다. 지난해 '금일'과 '금요일'을 혼동하는 대학생의 SNS 문자 기록이 온라인을 달궜다. 책보다는 영상 위주의 콘텐츠 소비 습관으로 인해 한국인이 한국어를 혼동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우리는 기술의 발전으로 양질의 영상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영상을 보기만 해서는 말하는 사람이 주장하는 메시지를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없다. 모든 것은 적당해야 한다. 또한, 현대인들은 영화, 드라마 등 콘텐츠가 많아 지면서 요약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이젠 영상 콘텐츠마저 요약의 칼이 드리워지고 있다. 짧은 것만 선호하는 현대인의 삶이 과연 옳은 것일까?  

심각한 실질 문맹률?
   이런 논란들과 더불어 한국의 실질 문맹률이 75%로 심각하다는 내용이 다시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잊을 만하면 나오는 '실질 문맹률 75%'라는 기사 내용이 왜곡·과장이며 최신 통계가 나왔음에도 이를 반영하지 않은 언론의 문제가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신지영 교수(고려대 국어국문학과)는 30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21년 전 조사를 이용한 침소봉대"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에 따르면 '실질 문맹률     75%'의 근거가 되는 자료는 2004년 한국교육개발원에서 발표한 '교육인적자원지표'다. 해당 문건에서 다양한 국가의 '문서 문해 단계별 성인의 비율' 자료를 인용했는데 이는 OECD가 20여 개국을 대상으로 1994~1998년에 걸쳐 수행한 국제성인 문해 조사 결과다. 한국은 1996년 OECD에 가입했기 때문에 해당 조사에서 빠졌다. 이에 한국은 같은 방식으로 2001년 별도의 조사를 진행했다. 
 이 조사는 1~5단계로 문해력 단계를 나눴는데 1단계는 문해력에 취약한 수준, 2단계는 단순 작업에는 대응할 수 있지만 새로운 직업 등을 학습하는 데 문해 능력이 부족한 수준이다. 2001년 진행한 이 조사에서 한국은 1단계가 38.0%, 2단계가 37.8%로 집계됐다. 이 둘을 합하면 약 75%가 된다. 신 교수는 "문해력을 측정하기 위해 문서 문해력, 산문 문해력, 수량 문해력(수리 문해력) 등 세 가지 분야가 있는데, 이 중 문서 문해력만 가지고 실질 문맹률이 75%라고 하는 것"이라며, "다른 분야는 OECD 평균 수준이었다"라고 말했다. 즉 2001년 조사 세 가지 중 2004년 자료에 한 분야만을 인용했는데 이를 왜곡해 '실질 문맹률 75%'가 탄생했고 현재까지 언론에 수없이 등장하는 것이다. 신지영 교수는 이후 한국인의 문해력 조사 결과의 변화가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발표한 '2020년 성인 문해 능력조사'를 보면 문해 능력 1단계 비율은 4.5%, 2단계 비율은 4.2%로 각각 나타났다. 4단계(일상생활에 필요한 충분한 문해력을 갖춘 수준) 이상이 79.8%였다.

젊은 층 만의 문제인가
 '심심한 사과' 등 일부 표현을 젊은 층에서 뜻을 모른다는 이유로 한자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거나 소위 '요즘 젊은이들이 문제다'는 말도 나온다. 또한, 점점 줄어들고 있는 독서율도 문제로 꼽혔다.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2021년 국민 독서실태'를 보면 50대는 35.7%(2019년 대비 9.2%P 하락), 60세 이상은 23.8%(2019년 대비 8.6%P 하락)로 나타났고 20대를 제외한 중장년ㆍ고령층의 독서율은 지속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다. 20대의 독서율은  78.1%로 2019년보다 0.3%P 늘었다. 한국인의 문해력은 273점으로 OECD 평균인 266점보다 높았다. 연령별로 보면 16~24세의 경우 OECD 중 4위였지만  25세를 기점으로 하락해서 35~44세는 평균 수준을 밑돌았고, 45세 이후는 하위, 55~65세는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우리 사회에 미래를 책임질 청소년과 청년층이 가장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도 있다. 작년에 OECD가 수행한 만 15세 청소년들의 디지털정보문해력조사에서 드러난 점은 한국 청소년 4명 중 3명이 오피니언과 팩트의 차이를 구분할 줄 모른다는 것이었다. 만일 정말로 한국 국민들이 '주장'과 '사실'을 구분하지 못하거나 복합적인 문서 이해력 부재를 경험하고 있다면 이것은 결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문맹퇴치운동'이 과거 한국의 국가적 중대사였다면, 21세기 한국 사회는 '실질문맹퇴치'운동이라도 펼쳐야 할 판이다. 아울러 현재의 문해교육의 목적과 범주 역시 확대되어야 할 당위성도 제기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자극적인 숏폼 컨텐츠를 보는 것보다 독서 시간을 늘리고 다양한 문학적 지식을 쌓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배성민 기자 [email protected]
강현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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