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장애인 편견
 따뜻한 감성으로 안방극장에 힐링을 전한 tvN 주말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14, 15회에 방송된 '영옥과 정준, 그리고 영희' 에피소드에서 다운증후군 쌍둥이 언니 이영희(정은혜 분)를 둔 이영옥(한지민 분)의 비밀이 밝혀졌다. 영희는 다운증후군 장애인이다. 극 중 배역도 그렇고 영희를 연기한 배우 겸 작가 정은혜도 그렇다. 이영옥의 아픔을 알고도 그 곁을 지킨 박정준(김우빈 분)과 그림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모습으로 보는 이들의 눈시울이 붉어지게 했다.
 농인 이소별도 '우리들의 블루스'를 통해 처음 드라마에 등장했다. 노희경 작가가 직접 섭외했다는 그는 "노희경 작가님이 쓰신 별이는 제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라고 전했다. 푸릉마을 오일장에서 커피를 파는 별이 역을 맡은 이소별은 수어와 대사를 반복하며 연기했다. 
 장애인이 등장하는 드라마에 진짜 장애를 겪는 배우들이 직접 출연해 연기하는 경우는 그간 드물었다. 이소별은 과거 한 패션지와의 인터뷰에서 "영화나 드라마에 가끔 농인 인물이 나오지만 비장애인이 연기하다 보면 잘 몰라서 실수를 많이 한다"며 "실제 수어를 쓰는 농인 배우가 연기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우리들의 블루스'는 장애를 지닌 배우들을 실제로 섭외했고, 이들이 주는 제대로된 감정을 느끼게 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장애와 차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그렇다면 장애인들을 괴롭히는 차별과 편견은 무엇이 있을까. 

사진은 본문과 관계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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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차별과 그 실태
 장애인차별이란 장애인을 밀어내는 사회적 관념, 문화적 가치, 개인의 편견 등으로 부정적인 면에서 장애인을 바라보고 평가함으로써 장애인을 억압하는 것을 뜻한다. 차별은 규정이나 사례에서 특정집단에 속한다는 이유로 특정인을 배제하거나 특혜를 주는 직접차별과 형식적으로는 공정한 기준을 적용한다 하더라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를 고려하지 않은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장애인에게 불리하게 만드는 간접차별이 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가 실시한 장애인차별 영역별 상담을 보면 재화 용역이 가장 많았고, 괴롭힘과 교육영역에 대한 차별이 그다음으로 나타났다. 장애 유형별로 보면 지체장애인과 뇌병변장애인이 상담을 많이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적장애인, 청각장애인, 정신장애인이 다음 순위 였는데 지체장애인과 뇌병변장애인의 경우에는 차별상황을 경험했을 때 본인이 직접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지적장애인과 정신장애인의 경우에는 차별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본인이 드러나기를 꺼리거나 상담을 어디에서 받아야 할지 몰라서 가족이나 지인, 제 3자가 상담을 요청하는 사례가 많았다. 차별영역별로 보면 재화 용역에서의 차별이 가장 많았고, 괴롭힘, 교육에서의 차별, 가정과 복지시설에서의 차별, 고용차별 등의 순서를 나타냈다. 우리나라 장애인들은 대부분 차별받은 경험이 있는데 차별의 가장 큰 이유는 '비장애인의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장애인권익문제연구소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장애인차별이 가장 큰 문제가 되는 부문은 노동과 이동권인 것으로 나타냈다.

장애, 사회적 인식 개선 필요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10명 중 7명이 온라인에서 장애인 혐오 표현을 경험했다고 한다. 일상 속 장애 비하 표현(외눈박이, 절름발이)도 여전하다. 장애 편견이 생긴 까닭은 다양하겠지만 가까이에서 장애인을 접할 기회가 적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장애를 '배제'하면 '통합'은 없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19조에는 '모든 장애인은 다른 사람들과 동등한 선택권을 가지고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장애인의 '자립 생활'과 '지역사회 통합' 중요성을 강조한 대목이다. 장애인이 자기 결정권을 갖고 비장애인과 지역사회에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면 편견은 자연스레 해소되리라 생각한다.
 장애인 자립 생활에는 우선 복지 강화가 필요하다. 정부는 2019년 장애등급제를 폐지하면서 장애인의 일상 활동을 보장하는 활동 지원서비스의 신청자격을 모든 장애인으로 확대했다. 또 장애인의 개별 특성과 환경을 서비스양에 충실히 반영하기 위해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를 도입했다. 이로써 더 많은 장애인이 필요한 만큼 활동 지원서비스를 받게 됐다. 지난해에는 장애인 특별교통수단(콜택시)과 장애인주차구역 이용이 가능한 보행상 장애인 인정 범위도 확대했다. 올해는 소득·고용지원 서비스에 종합조사를 도입하는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국민연금공단은 서비스 자격과 양을 결정하는 종합조사 업무를 정부로부터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으며, 장애인 자립 생활에 미치는 중요성을 고려해 종합조사 개선에 힘쓰고 있다. 장애인의 지역사회 통합은 장애 인식 개선이 전제돼야 한다. 장애인 263만여 명 중 후천적 장애인이 90%에 이른다고 한다. 비장애인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장애인을 흔히 '다르지만 같은 존재'라 표현한다. 사람마다 개성이 있듯 장애도 그런 차이의 하나일 뿐이다. 장애인을 장애라는 정체성을 지닌 보통 인격체로, 장애인 복지를 인권과 기본권의 관점으로 봐야 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은 학교에서 공부하는 통합교육 강화도 좋은 대안일 수 있다.

 올해 장애인의 날 슬로건이 '장애의 편견을 넘어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라고 한다. 2012년 런던 패럴림픽 개막식에서 스티븐 호킹 박사가 "인간은 모두 다르고 '표준'은 없다"고 말한 의미를 되새기며,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 없이 한곳에 어우러져 장애로 인한 차별이 없는 사회, 장애가 삶의 걸림돌이 되지 않는 따뜻하고 평등한 공동체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배성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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