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본문과 관계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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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이후, 국내 자살률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자살률이 전반적으로 감소함에도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것은 변하지 않고, 오히려 특정 연령대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그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다름 아닌 청년층이다. 2017년 전까지 자해·자살을 시도해 응급실에 내원하는 환자의 연령대는 40대가 주를 이루고 있었으나, 그 후로부터 20대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흔히 2~30대를 청년이라고 한다. 과열된 취업 경쟁, 소원한 관계, 개인 중심. 지금의 청년들이 살아가고 있는 사회를 이루는 키워드다. 유독 청년층의 자살률이 높은 이유는 뭘까? 청년들이 살기 힘든 사회가 돼버린 것은 아닌지 짐작해본다. 자살률은 개인이 아니라 사회의 특성을 반영한다. 사회적 고통지수라고나 할까. 청년 자살률이 계속 증가한다는 사실은 사회의 정신건강 상태가 그만큼 위기에 처해 있고, 고통 받는 청년에 대한 지원 체계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는 사실을 냉정하게 보여준다.
 한창 꽃피울 20대 나이에 청년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도대체 뭐가 문제이기에 우리나라는 청년들에게 '너무도 살기 힘든 사회'가 돼버린 걸까? 

벼랑 끝으로 내몰린 청년들
 자살예방사업을 진행하는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최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2030대 자살사망자 수는 3천220명으로 전체 자살사망자 수(1만 3천18명)의  23%를 차지했다. 2030대 여성의 주요 자살원인은 '정신적 어려움'이었고, 남성의 경우 20대는 정신적 어려움,  30대는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또 20대 남성은 다른 연령대보다 직장 또는 업무상의 문제로 인한 자살 비율이 높았다. 같은 기간 20·30대의 '자살 시도'는 전체(2만 1천545명)의 37.8%에 달했다. 특히 20대 (23%)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또한, 한국 금융소비자 보호재단 설문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재무 상황으로 인한 스트레스 및 학대 문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 가운데 스트레스·불안감과 우울감·우울증 경험을 호소한 연령대는 30대가 가장 많았고, 이로 인해 자해 또는 자살 관련 생각을 했다고 응답한 연령대는 20대 4.3%, 30대 4.2% 순이었다.
 실제로 소득 대비 가계대출 비율은 20대의 경우 150% 이하 대, 30대는 200% 이상 대의 비율로 최고치를 기록했고, 지난해부터 모든 연령대에서 주택담보대출금 잔액 비율이 90%를 넘어섰다. 투자행위도 증가했다. 지난해 '주식' 신규 이용자와 올해 1분기 비트코인 신규 이용자의 중 20·30대의 비율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30대의 경우 비트코인 예치금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았다. 지난해 전체 자살시도자의 직업별 현황을 보면, 무직이 38%로 가장 많았고 이어 학생/재수생 18.2%, 가사/주부 등 15.8%, 서비스/판매 10.7% 순이었다.
 황태연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이사장은 "지금의 2030대들은 불안정한 고용시장으로 인해 공무원 시험에 몰리고, 여윳돈이 아닌 전 재산을 털어 주식이나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그로 인해 심리적 불안감이 심화되는 한편 경제적으로 더 취약해지고 있다"며, "보통 정서적 지지는 가족에게 받는 경우가 많은데 2030대를 중심으로 1인가 구가 늘어나다 보니 외로움, 고독감이 증폭돼 안타까운 선택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30대 자살의 원인을 개인적 사유, 개인적 병인으로만 볼 게 아니라 지금의 사회경제적 환경이 젊은 사람들에게 희망적인지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층의 자살사고는 스트레스와 연관성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기대상황과 현실 상황 사이의 괴리가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개인이 심리적으로 취약한 요인을 가지고 있는 경우 이로 인해 자살사고가 촉발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한국의 청년층은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대한 적응이 요구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진로선택을 해야 하는 발달적 과업과 맞물려 입시 위주의 과도한 경쟁 압박, 모호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 스펙 쌓기 열풍에 대한 과도한 경쟁, 80%가 넘는 실업률과 같은 사회적 불안정성 또한 청년층의 스트레스를 더욱이 가중시키고 있다.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과열경쟁, 실업률 상승, 불투명한 미래엔 공통점이 있다. 평등하지 않은 사회 구조를 원인으로 두는 것이다. 불평등한 사회 구조 속에 청년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그로 인해 미래를 비관하게 되고, 사회적 고립감이 높아져 자살까지 이르게 되는 것이다.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
 청년들의 정신건강은 안녕하지 못하다. 이들을 위한 맞춤형 심리지원이 시급한 가운데, 관계부처와 지자체가 협력해 마음건강 회복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정부는 마음건강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심리상담 핫라인, 상담수요가 있는 지역에 찾아가는 마음건강 버스 등을 시행 중이고, 2018년, 복지부에서는 가족, 친구 등 주변인의 자살위험 신호를 재빠르게 인지해 전문가에게 연계할 수 있도록 자살 예방 도우미인 게이트키퍼(gatekeeper) 1백만 명을 양성한다고 알려진 바 있다.
 그밖에도, 정신건강사례관리시스템(MHIS)을 구축 (2018년 6월부터)해 한번 발굴된 대상자는 누락 없이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지속 지원하도록 정보시스템 활용·연계를 통해 자살 고위험군에 대한 지원체계도 보다 세밀히 구축했다고 한다. 또한, 부채부담·파산 등 위기 대상자가 적절한 금융상담 및 복지서비스를 받도록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39개소) 방문 이용자 정보를 행복e음과 연계했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문제도 분명 존재함으로 기회의 평등을 정확하고, 무망을 희망으로 변화시키려는 사회 자체의 노력도 필요하다. 이처럼 청년자살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적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에 함께 해결해야 한다.

조혜연 기자 [email protected]
배성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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