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본문과 관계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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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8월, LSD라는 환각제를 투여한 20대 남성이 엄마와 이모를 흉기로 살해했다. 범행 경위는 LSD의 정신병을 유발하는 특징 때문에 '다른 사람이 위장해 들어온 거다'는 플래시백을 거쳐 범행이 일어났다. '플래시백'은 LSD 등의 환각제 복용을 중단했는데도 갑자기 망상 등에 빠지는 현상을 말한다.
 마약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오용 및 남용할 경우 인체에 해악을 끼치는 것으로 인정되는 약물을 의미한다. 국내에서는 수술 전 진정을 위한 전신마취나 마취목적인 의료용 목적으로 사용되지만, 마약 문제가 바람 잘 날이 없는 이유는 이 때문은 아닐 것이다.
 이렇듯 마약이라는 약물은 인간을 조종해 한 사람의 인생을 파멸에 이끌기 충분하다. '변연계'라고 불리는 뇌의 감정 조절 장치가 망가져 아무것도 아닌 일에 극도의 분노를 느끼고, 폭력적인 행위들도 나타난다. 
 어쩌다 대한민국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는지, 〈원대신문〉에서 우리나라의 현재 마약류 범죄의 현황을 알아보고 마약 범죄 노출의 심각성을 알리고자 한다.

더는 드라마 속 이야기가 아니다
 사실 대한민국은 이전부터 수많은 마약 범죄가 있었다. 최근 인기를 끌었던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도  1990년대 말 실존 인물을 다뤘다. 마약 밀수와 유통 등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사건의 나열에 현재 대한민국은 이미 마약 청정국의 지위를 잃은 지 오래다.
 지난 2019년, 버닝썬 게이트는 이른바 '물뽕'이라는 감마 하이드록시뷰티르산(GHB)을 사용한 강간 범죄가 있었다. 여성을 강간하기 위해 '물뽕'이 수시로 유통돼 이 사건에 따라 우리나라에서 약물에 대한 범죄 수사가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됐다.
 GHB중독에 의한 피해는 약물중독뿐만 아니라 성범죄의 남발로 이어졌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약물 성범죄 발생 건수가 무려 8천173건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중 GHB·필로폰·환각제 등 향정신성 약품이 70건, 코카인·아편 등의 마약 15건, 대마 12건, 본드·신나 5건 순이었다.
 대중매체에 자주 노출된 사건 외에도 미국에서는 2000년에 15세 소녀가 GHB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해 「데이트 강간 약물의 처벌 법」이 통과됐고 GHB 사용 시 최대 징역 20년, 단순 소지 시 3년 구형이 엄격히 관리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의 경우 약물중독 관련법이 무려 20년 전에 입법화됐지만, 대한민국은 현재 약물을 사용한 성범죄에 가중처벌 되는 규정 하나 없는 상태다.

연령 낮아진 마약사범(痲藥事犯)
 사회 곳곳의 마약 확산은 한 번 중독된 사람들이 주변에 마약을 전파하는 기제로 이뤄진다. 국내 마약사범 단속 현황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마약 밀수량은 1천272kg으로 지난 2017년     69kg에서 무려 18배 이상 급증했다. 이번 해 1월부터 8월까지 적발된 마약사범은 1만 2천333명으로 지난해보다 약 15% 증가해 이 기간에 압수된 마약류는 약 493kg으로 지난해보다 약 60% 가까이 급증했다. 
 적발된 마약사범에는 일반 회사원·가정주부 등 평범한 사람들까지 투약 층이 확대되는 등 일반인 마약 범죄 비율이 상승세를 보였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10대와 2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2020년 21.7%에서 2021년 36.8%로 대폭 증가했다. '텔레그램 마약방' 수사에서는 총책으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검거되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의 주요 원인은 마약 유통체계가 온라인, 즉 SNS나 다크웹을 통해 이뤄지는 추세가 이어지면서 특히 젊은 층의 약물에 대한 접근성이 상승한 배경이 있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이후 클럽이 문을 닫으면서 익명성이 보장되는 SNS 온라인 마약 판매가 급증해 약물 취급은 빈번하기 일쑤인 구조가 형성됐다.
 그러나 마약 중독자를 위한 자리는 손에 꼽힌다. 현재 법무부 지정 20개 병원 중 마약 전담 치료 시설을 갖춘 곳은 단 2곳밖에 되지 않는다. 전국에 50여 곳에 위치한 종합 중독 치료센터마저 마약보다는 알코올과 담배 중독 치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늘어나는 마약 중독자 실태에 마약 중독 재활센터는 턱없이 부족한 불편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순간의 선택 끝에는 파멸만이
 마약에는 한 가지 함정이 있다. 바로 "끊을 수 있다"는 태도다. 그러나 25년간 마약을 했으나, 재활원을 통해 현재는 재활 지도사로 지내는 박영덕 실장(마약퇴치운동본부)도 약물을 의지로 끊어내는 것에는 혀를 내두를 정도로 마약의 위험성을 드러냈다.
 채널A '여인선이 간다'에 따르면, B 씨 (남, 27세)는 마약에 대한 경계심이 무너진순간을 잊지 못한다. 놀러 간 클럽에서 "너 이거 한 번 먹어볼래"로 시작한 권유는 처음에는 극도의 쾌락을 가져왔지만 5년간을 약물 중독자로 지옥 같은 시간을 보냈으며, 약 5억 원을 탕진해 삶이 망가졌다.
 마약 중독자는 재범률이 높고, 다른 2차 강력범죄나 성범죄로도 이어질 수 있기에빠른 수사와 검거가 중요하다. 그러나 마약 범죄는 이미 부지기수(不知其數)다. 유명 재벌가부터 언더그라운드 래퍼들까지 사회 곳곳에서 퍼져나가는 상황에 일반인까지 위협받고 있다. 그래서 마냥 손 놓고 지켜볼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약물중독은 노력과 의지로 이겨내기 힘들기에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며 성장해야 한다. 이미 퍼져버린 마약 유입을 단속하기엔 한발 늦었고, 지금은 마약 중독자의 재활과 치료가 우선시돼야 할 시점이다.
   우리는 앞으로 지속적인 마약과의 전쟁을 치러야 한다. 더불어 마약사범의 처벌과 중독자 재활 과정에 사회적 의지를 뒷받침할 강력한 제도 또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서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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