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본문기사와 관계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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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매장에 방문하면 직원이 손님을 맞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코로나19 시대를 거치면서 유통 상점에 IT 기술을 접목한 무인 매장을 동네 어디를 가든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여기서 무인 매장이란 점포 내 서비스를 하는 직원 없이 소비자가 직접 구매 제품을 계산하는 매장을 의미한다. 사실 무인 매장이라는 개념은 이전부터 존재했었다. 물론 지금처럼 별반 차이없지만 주인 없이 물건만 덜렁 놓여있는 매장. 돈 바구니에 구매한 물건의 가격만큼의 돈을 놓고 가는, 이른바 '양심 가게' 개념으로 알려져 있었다. 다만 개인의 양심에 모든 것을 맡기다 보니 도난 문제 등으로 안 좋은 이미지만 각인됐다. 매장의 수도 전국적으로 퍼져있지 않았다. 

 이후, 기술의 발전으로 CCTV, 키오스크 등을 설치해 직원을 고용하지 않고도 원활한 매장 관리가 가능하게 됐다. 24시간 편의점이나 인형 뽑기 가게를 시작으로 빨래방, 노래방, 밀키트 판매점, 사진관 등 다양한 업종으로 뻗어나갔다. 무인 식료품점의 경우엔, 신선도 관리 기술 발전으로 채소, 과일, 육류 등 다양한 식품 구매가 가능하다. 무인 화장품점 또한, 맞춤형 피부 진단 및 제품 추천 서비스를 제공한다. 간편한 결제 및 반납시스템을 갖춘 무인 렌탈플랫폼은 하다못해 도서관에도 무인 반납기를 설치했다. 편의점 주요 4사(GS25·CU·세븐일레븐·이마트24)의 무인 매장 수만 2022년 6월 기준 2천 783곳으로 2년 전(200여 곳) 대비 14배 가까이 증가했다. 다른 업종까지 합치면 전국에 약 10만 곳 이상의 무인 매장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해, 업계 선두 무인 창업 기업 사례를 분석해 성공 비결과 경쟁 전략을 세우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처럼 무인 매장이 인기를 끌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무인 매장은 직원 없이도 24시간 운영을 할 수 있기에 임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 또한, 손님들도 점원의 눈치를 보지않고 혼자 편안하게 매장을 둘러볼 수 있는 점이 주된 이유다. 그러나, 기존 유인 매장에 비해 최소한의 한계로  발전된 단계일 뿐 소비자로 하여금 상당한 에너지를 요구한다. 계산대 줄만 서지 않을 뿐 무인 결제기기로 직접 계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변화하는 현대인 라이프 스타일

코로나19 이후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무인 매장을 어색하게 여기지 않는 이들이 늘었다. 자녀와 함께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면서도 중년 세대로서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에 대한 열린 태도를 갖고 소비 시장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엑스틴이 이 중 하나다.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말처럼 다양한 개성을 가진 사회 구성원이 공존하는 현대사회를 잘 표현해주는 단어가 또 있을까? 여기서 라이프 스타일이란 타인과 구분되는 자신의 가치관에 의해 나타나는 생활, 행동, 사고양식을 일컫는다. 

 자취생, 1인 가구 증가, 러스틱 라이프(도시에서 벗어나 시골에서 풍경과 소박한 삶을 느끼며 살아가기), 헬시플레저(건강을 즐겁게 관리하기), 재택근무, 유연근무제, 올빼미족 등 현대인들의 라이프 스타일이 점점 다양화되면서 무인 매장 문화가 일상 속으로 빠르게 스며들었다. 트렌드 중 소비생활을 주로 집 주변에서 하는 '홈 어라운드 소비'가 최근 주거소비태도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인들이 언제 어디서나 쉽고 편리하게 즐길 수 있도록 24시간 무인 매장이 속속 등장했다. 한 무인 꽃 매장에서는 매주 3회씩 새로운 꽃이 채워지는 등 소비자들에 시선을 끌 만한 포장을 선보이며 인기를 얻고 있다. 몇 해 전부터 시행되는 AI 면접을 응시하는 취업준비생들을 위한 무인 면접 스튜디오가 생겨났다. 이들은 조금 더 좋은 품질의 웹캠과 조명을 이용할 수 있다. 또한,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무인편의점이 독서실, 도서관을 대신하고 있다. 장시간 자리를 잡고 공부하기에 눈치가 보이는 카페나 시험기간이면 자리가 부족한 도서관의 자리싸움에서 벗어나 방해받지 않고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게 인기의 이유다. 

 이외에도 영통팬싸는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과 2분 정도 1대 1로 이야기할 수 있는 팬 서비스 이벤트다. 매장의 좋은 시설을 활용해 자신의 최애와 통화하는 모습을 좋은 화질로 녹화도 할 수 있기에 이용자가 늘었다. 앞으로도 다양한 무인 창업 아이템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트렌드를 파악하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며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할 것이다. 

무인 매장을 둘러싼 범죄

최근 들어 늘어난 무인 매장의 수만큼 그를 대상으로 일어나는 범죄도 늘어났다. 직원이 없다는 것은 매장 내부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즉각적인 대처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난 방지, 이상 상황 감지 시스템을 구축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예를 들어 매장의 물건을 계산하지 않고 그대로 가져가거나, 키오스크 내에 있는 현금을 털어가는 절도 행위가 대표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무인 매장 특성상 '셀프 계산'을 악용해 구매할 물건보다 싼 물건으로 바꿔치기 후 계산하거나, 바코드를 찍는 척하면서 계산하지 않고 가져가거나 훔친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특히, 무인 매장을 대상으로 하는 절도는 다른 유형의 범죄들보다 미성년자의 비중이 높다. 우선 복잡한 기술이나 여러 장비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 쉽게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이유가 됐다. 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무인 매장 절도 요령까지 공유해서 놀이처럼 소액의 물건을 지속적으로 절도하고 있다. 성인 인증 장치가 없어 문제없이 출입한 전자담배 무인매장에 빌려온 지인의 신분증을 기계에 넣어 구매하기도 한다.

 현서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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