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이 소생하는 계절 '봄'이 되면 앙상했던 나뭇가지에 푸른 잎들이 파릇하게 돋아나고, 봄을 알리는 꽃들의 향연이 시작된다. 많은 나무와 꽃들을 자랑하는 우리 대학 캠퍼스에서도 봄날을 느끼기 충분하다. 특히 벚꽃 시즌이 되면 활짝 핀 벚꽃 아래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학생들과 방문객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불과 몇 해 전 4월 중순 중간고사 기간 전후로 활짝 핀 벚꽃은 시험과 과제를 준비로 정신없던 학생들을 위로하기 충분했다. 그러나 최근 벚꽃의 개화 시기가 점점 빨라지더니, 이제는 3월 말과     4월 초에 이미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벚꽃의 개화 시기만 빨라진 것이 아니라 봄의 시작을 알리는 매화, 개나리, 진달래 등의 개화 시기도 빨라졌으며 이제는 모든 봄꽃이 한꺼번에 피기 시작한다. 

 우리나라 봄철에 피는 꽃들의 순서를 의미하는 '춘서'라는 단어가 무색해지고 있다. 이와 같은 봄꽃 개화 시기의 변화는 해가 거듭될수록 따뜻해지는 시기가 빨라지는 기후변화의 결과물로 '생태 엇박자'의 시작이다. 개화 시기가 변하면 식물의 생애주기와 이에 의존하는 생태계 전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되고 결국에는 우리의 일상생활에도 큰 변화를 피할 수 없게 된다. 

 기후변화는 이제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이러한 위기 앞에서 고등 교육기관인 대학은 어떤 역할과 기능을 담당해야 하는지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지식의 창출과 전달을 담당하는 고등 교육기관의 기본적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기후변화와 같은 사회 변화에 어떻게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지에 대한 방안과 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그 첫걸음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후 관련 과학 분야와 더불어 경제학, 사회학 등 다양한 학문을 기반으로 포괄적 접근과 이해가 필요한데 대학은 기후변화에 대한 교육과 연구를 수행하기 가장 이상적이다. 때문에 대학은 기후변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기후위기에 대한 효과인 대응 방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다양한 학제 간 연구와 교육을 추진해야 한다. 더 나아가 지속가능한 그린캠퍼스 조성과 운영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실천전략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건물의 설계, 쓰레기 재활용의 활성화, 자원의 효율적 사용 등과 같은 실천전략은 학생들이 일상 속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행동들을 실질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역 사회와 협력을 통해 기후 변화 대응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제고하고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는데 앞장서야 한다. 이를 위해 세미나, 워크숍, 공개 강연 등을 통해 기후변화와 관련된 지식을 공유하고,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프로젝트를 통해 기후 변화 대응에 대한 공동체 의식을 키워 나가야 한다. 이러한 노력들이 이미 시작된 '생태 엇박자'를 완벽하게 조율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3월 개강 전 벚꽃 만개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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