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청춘들의 발자국을 따라가며]

정동석(한의학과 본과 2년)
정동석(한의학과 본과 2년)

   필자는 울산에서 태어나 쭉 살아왔기 때문에 광주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사람들에게 경상도에서 유명한 도시가 어디냐고 묻는다면 대구 혹은 부산이라 답하듯, 광주는 전라도에서 유명한 도시, 딱 그 정도가 어렸을 적 필자가 알고 있던 광주의 전부였다. 
   하지만 초등학교 사회시간에 선생님께서 보여주신 한 영화를 통해 광주의 슬픔 그리고 승리에 감춰진 눈물에 대해 알게 되었다. '화려한 휴가', 이 영화는 1980년 5월 광주에서 일어났던 참담한 일들을 적나라하게 전달했다. 죄없는 사람들이 그저 민주주의를 갈망했다는 이유로 폭도라는 꼬리표가 달린채 길거리에 쓰러져 갔다. 영화를 본 직후, 아직은 어렸기에 그저 무섭다는 생각이 앞섰던 것 같다. 그런 필자를 보고서 선생님께서는 "민주주의를 위해 떠나간 영웅들을 잊지 말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집시다."라고 말씀하시며 영화를 보여준 이유를 설명해주셨다. 
   기고글을 쓰기 위해 518민주화운동에 대해서 더 자세히 조사해보면서 어두운 그날의 진실을 알아갈수록 울부짖는 광주의 한이 필자의 가슴에 울리게 되었다. 1980년 5월, 그날의 이야기를 필자는 교과서에 적힌 몇 개의 문장으로 배웠기에 민주화의 영웅들은 모두 완벽한 다비드상과 같은 이들이라 그려왔다. 하지만 그들은 필자와 같은 대학생이었고, 어쩌면 더 어린 동생이었다. 그들이 계엄군 앞에서 어떤 각오를 새긴 후에 민주주의를 외쳤을지 얼마나 큰 고통을 받았을지 감히 헤아릴 수 없지만 수많은 청춘들의 희생이 쌓이고 쌓여 마침내 민주주의가 찾아온 것이었다.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 속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진 수많은 청춘들 중 필자와 똑같은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본과 2학년 학생이 있다. 바로 故임균수 열사님이다. 만약 지금 필자에게 1980년 5월로 가서 민주화의 영웅이 될 수 있겠냐고 묻는다면 쉽게 대답이 나오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故임균수 열사님은 달랐다. 새하얀 눈길에서 이정표가 되는 발자국을 남겨 올바른 길을 우리들에게 알려주시기 위해서 첫발자국을 남기셨다. 
   그분이 민주화운동에 참여하겠다고 하신 결심이 얼마나 어려우셨을지 감히 헤아릴 수가 없다. 하지만 그 숭고한 용기가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故임균수 열사님을 거리로 향하게 만들었다. 故임균수 열사님을 비롯한 수많은 청춘들이 거리에서 목놓아 외쳤던 민주주의가 이 땅에 찾아왔지만 어쩌면 별이 되어 버린 당신들이 알지 못하실까 민주주의가 찾아왔다고, 그리고 정말로 감사하다고 소리치고 싶다.
   지금 우리들은 너무 당연히 민주주의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이는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하지 않은 용기가 쌓여 일궈졌다. 민주화를 위해 앞장선 이들이 만든 발자국에 눈이 쌓이지 않도록 그들의 이 나라를 위한 숭고한 희생을 기억하고, 그들이 꿈꿔왔던 정의로운 세상을 위해 담대히 나아가는 것이 1980년 5월의 영웅들을 동경하는 방법이 아닐까 필자는 생각한다.
   겨울이 끝나고 꽃이 피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오는 5월이 왔다. 초록이 무성한 5월 원광대학교 캠퍼스에 남겨진 영웅의 발자국을 따라서 걷다 보면 어쩌면 교내 광장 추모비 옆에서 우리들을 기다리셨던 故임균수 열사님의 환한 미소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정동석(한의학과 본과 2년)

[두려움에 관하여]

임준휘(한의학과 본과 3년)
임준휘(한의학과 본과 3년)

   얼마 전에 나는 두려움에 관한 글을 읽었다. 두려움의 요인은 아래와 같다.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새로운 것을 위해 안정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불안정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좋지 않게 생각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

   누군가가 성장하기 위해서,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두려움을 극복해야한다. 5월 18일 부당한 억압에 맞서기 위해 생명을 담보로 무더운 날씨에 거리로 나갔던 청년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이런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웠을까? 정말 헤아리기가 어렵다. 아래는 임균수 열사가 가장 좋아하는 시인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이다.

  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

   눈 내린 들판을 걸어갈 제, 발걸음을 함부로 어지러이 걷지 마라,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국은, 반드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위 시를 읽고 감히 추측하건데 민주화 운동 당시 나의 또래였던 故 임균수 열사 역시 앞선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막막하고 불안하지만 그럼에도 후대의 이정표가 되기 위해서 민주화 운동에 몸을 던진 임균수 열사의 마음을 기리고 기억하는 것이 앞선 열사님들의 희생을 주춧돌 삼아 억압받지 않고 살아가는 그들의 후대가 가져야 할 덕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부끄럽지만 스스로 고백하자면 필자는 지금 이 글을 쓰기 전까지 민주화를 이루기 위한 운동들에 대해 역사적인 지식만 존재할 뿐 그 과정에 대해 깊이 있는 고찰을 해본적이 없었다.  하지만 민주화 운동에 대해 알아가면서 투쟁했던 이들의 용기와 마음가짐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고 진심으로 그들의 희생에 감사할 수 있게 되었다.또한, 이러한 경험은 스스로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가져야 할 태도, 가치관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사람은 부정적인 상황에 놓였을 때 두 가지 이유로 해당 상황에 안주한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앎의 부족으로 부당한 상황에 놓였음을 모르는 것이고, 둘째는 현 상황에 안주하여 변화하기를 무서워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화 운동과 같이 선대가 부당한 상황에 놓였음을 알고 이에 대해 투쟁하였기 때문에 지금의 민주주의가 완성되었듯이 현 세대 역시 이러한 통찰과 결단을 앞선 세대로부터 본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려움을 가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 안에서 나아가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그를 실행에 옮기는 사람만이 발전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는 누군가의 용기로 이루어진 것이다. 5.18이 다가오는 만큼 지금의 자유와 평화를 이루게 해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와 경의를 가져야 한다. 더하여, 이에 그치지 않고 그들이 역사적으로 보여준 모습을 통해 한 개인이 스스로 고찰하여 무언가를 깨달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글을 마무리한다.

임준휘(한의학과 본과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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