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정현 한중관계연구원장(철학과)
인터뷰- 김정현 한중관계연구원장(철학과)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김정현입니다. 저는 철학과 교수고, 서양철학을 전공했어요. 그리고, 한중관계연구원,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의 원장과 소장도 맡고 있어요. 이게 HK+라고, 교육부 산하의 한국연구재단이라고 하는 우리 국내의 모든 학술 연구 사업을 지원하는 기관이에요. 그 기관에서 7년 전에 큰 규모의 프로젝트를 했어요. 2017년부터 시작을 했고 6년 지나고, 이제 7년째네요. 다시 말해 철학과 교수이면서 한중관계연구소원장이고, 인문사회연구소소장이고, HK+ 사업 단장을 맡고 있습니다.

 교수님은 어떠한 계기로 한중관계 연구에 관심을 가지게 됐나요? 한중관계연구원장이 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궁금합니다.

 한중관계연구소가 2012년 11월에 개설을 할 때 한중관계에 관련된 연구소가 국내에 거의 없었어요. 우리대학에서 거의 처음으로 크게 시작을 했어요. 산하에 '한중법률연구소', '한중통상산업연구소', '한중정치외교연구소', '한중역사문화연구소' 이렇게 네 개가 있었어요. 각 영역에서 한중관계 연구를 시작하다 보니까 생긴 게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예요. 이렇게 연구소가 다섯 개가 됐어요. 프로젝트를 하면서 교내 여러 선생님이 같이 프로젝트 준비했는데 처음에 1단계 3년 하고, 2단계에서 4년 하는 도중에 제가 들어왔어요.
   제가 서양철학의 니체를 공부했는데 우리 20세기 같은 경우는 단순하게 동양이라고 해서 우리 동양, 동북아시아 이쪽만 말하는 게 아니잖아요. 서양이 들어오게 되고, 일본은 메이지유신, 중국 같은 경우는 아편전쟁을 하면서 서양이 들어오면서 동북아 전체가 서양과 충돌하고, 갈등하고, 역사적인 사건들이 일어나게 되잖아요.
   그래서 니체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20세기 전체가 서양의 문제와 동양의 문제가 서로 충돌하고, 갈등하고, 융합하고, 구조화하면서 형성이 됐어요. 이 과정들은 서양 철학을 공부하는 입장에서 동양과 우리 한국에 대해 정리가 돼야 하고, 그러다 보니까 동양 전체가 문제가 되죠. 그래서 연구 영역이 서양 철학이었지만, 동양 쪽으로 와서 15년 정도 작업을 했어요. 연구를 계속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 직책을 맡게 됐네요.
   우리 사업단에는 교수님들이 16명이 계세요. 연구 교수님 10명 정도 계시고, 또 일반 공동연구원이라고 중국 분도 계시고, 전 세계 다양한 국가 출신의 교수님들도 계신데, 그 교수님들이 17명이 돼요. 다 합치면 50명 정도 됩니다. 다들 전문가라서, 이분들과 매주 워크숍을 하면서 공부를 하고 있어요.
   한중관계연구원은 최근에도 국제학술회의와 콜로키움을 개최하고, 연구를 이어가며 꾸준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연구원에서 최근 진행된 연구 프로젝트 중 특히 주목할 만한 프로젝트는 무엇이며, 그 결과는 어떻게 활용되고 있나요?
   행사가 다양하게 열리고 있지만, 학생들의 참여와 관심이 부족한 점이 아쉬워요. 최근에는 온라인에서 진행되던 행사들이 오프라인으로 전환됐고, 콜로키움이 55회째를 맞이했는데 기억에 남는 게 몇 가지 있네요.
   먼저, 미국 이스턴일리노이주립대 사학과 이진희 교수님을 모셨던 게 기억이 나요. 혹시 램지어 사태라고 아시나요? 이 사건은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인 마크 램지어가 태평양 전쟁 중 위안부를 일본 매춘부로 왜곡해 쓰면서 시작했어요. 이진희 교수님은 논문의 출판을 막기 위해 문제가 된 논문을 우리말로 번역하고 그게 문제가 있다는 걸 처음으로 지적했어요. 이후에 그걸 분석해서 세계적인 이슈로 만든 분이에요. 이분을 모셔서 콜로키움을 개최했는데, 하버드 대학의 교수들도 참석할 만큼 큰 파장이 있었어요.       또, 여러 국가의 인사들을 모셨을 때가 기억에 남네요. 작년 5월에 러시아 안드레 쿨릭 주한 대사가 와서 특강을 했었어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 같은 일들이 왜 일어나는지, 역사적으로 러시아의 입장이나 이런 거를 알아야 우리 나름의 생존 전략이나 창조 전략, 국가 전략 등을 세울 수 있다고 생각해서 초청했어요.
   러시아뿐만 아니라 중국 총영사 분과도 콜로키움을 했고, 오는 6월 4일에 또 모시고 개최하기로 했어요. 총영사관의 재정 지원을 받아 3년째 공동학술대회를 열고 있어요. 콜로키움뿐만 아니라 학술대회 이런 것들도 어떻게 보면 이제 국가 기관과 연결이 돼 있어요.
   지금까지는 수도권대학에서 중심 역할을 했는데 지금은 우리대학이 꾸준히 연구해서 전과 다른 위상을 얻게 됐어요. 이제는 중국 대학에서 먼저 우리대학과 MOU를 하고 싶어 해요.
   이 밖에도 주목할 만한 프로젝트가 많아요. 교수님들이 매주 한중관계 이슈를 연구해서 프레시안 신문사에 글을 투고 해요. 이게, '한중관계 브리핑'이라는 기획인데, 1년 동안 투고한 글을 모아서 책을 출판해요. 지금까지 11권이 나왔어요. 또한 '동북아, 니체를 읽다'라는 니체 사상이 동북아에 들어오는 과정을 번역해 담은 책이에요. 우리 식으로 풀어낸 '동북아, 니체를 만나다'라는 책도 있어요. 이 책은 가을쯤에 일본어로도 출간이 될 거예요. 이뿐만 아니라, 연구서, 번역서, 동북아로 잡지 출판 등 다양한 도서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한중관계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는지 궁금합니다.

   한중 관계가 지금 어떻게 보면 터널 속에 있는 거 같아요. 어둠 속에 있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그 누구도 예측하기가 어려운. 단순하게 한국하고 중국의 관계가 아니라 미국과 중국의 어떤 갈등들이 있잖아요. 경제 산업상의 이런 갈등과 반도체 문제도 있어요.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중국과 대만으로 인한 전쟁이 일어나면, 미국이 연결된다는 거예요. 미국이 전쟁하면, 또 우리하고도 연결되는 거고요. 한중관계는 어떤 정치, 경제, 여러 가지의 어떤 역학들이 같이 엮여 있어요.
   그래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그런 상황에 있는 것 같아요. 단순히 우리 국민이 혐오 감정이나 서로 간에 이렇게 좀 인정하지 않고 이런 문제를 지금 넘어가고 있는 '불확실성의 시대'라 그래요. 동북아에만 있는 문제가 아니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또 일어나고 있잖아요. 이런 것들이 요동치고 있고, 불안정 속에서 모든 국가와의 관계를 아우러서 생각해야 할 문제예요.
   앞서 언급했듯, 오는 6월 4일에 숭산기념관에서 중국 총영사를 모셔요. 그날 한국의 대표로 이름있는 석학들과도 함께 이야기를 나눠 볼 건데, 그때 한중관계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가 나올 거라 생각합니다.
   지난 2017년 11월에 연구원이 인문한국플러스(HK+) 해외지역 분야 대형 사업에 선정됐고, 본 사업이 올해 마무리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업 선정 이후 어떤 주요 성과를 달성했고, 그 과정이 궁금합니다. 또한, 사업 종료 후엔 어떤 프로젝트나 계획을 추진할 건지, 이를 통해 기대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우리 HK+ 사업이 마무리되는 게 10월 말이에요. 2017년 11월 1일에 시작해서 7년을 지원받고, 10월 말에 이제 사업이 끝나요. 조금 아쉽게도 사업이 끝나면 바로 또 다음 사업으로 이어져야 되는데, 이번에 R&D 연구 지원을 국가에서 전부 줄여서 신청할 사업이 아직 없어요. 하지만, 내년도에 또 다른 형태로 조금 나올 거 같아요.
   큰 사업은 내년 초까지 또 기다려야  될 것 같습니다. 대형 사업이 바로 연결이 안 되는 상황이 있어서 좀 아쉬운데, 그나마 다행인 건 이어지는 사업이 있긴 해요. 우리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에 중점사업이라고 하는 게 있어요. 비교적 규모가 작지만, 인문사회 중점 연구를 준비하고 있어요. 나는 곧 정년이라 다른 교수님이 이어서 진행하실 텐데 좋은 소식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동북아시아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며 공동번영을 모색하고자 동북아다이멘션(North East Asian Dimension)을 기획해 관련 프로젝트 및 활동을 이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NEAD 기획이 바탕이 된 프로젝트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이며,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Dimension을 차원, 지평이라고 하잖아요. 지금까지 동북아 전체 지평을 연구할 때 일국 중심주의로 한 국가만 집중해서 했어요. 이제는 그게 아니라 같은 이슈를 가지고 동북아 전체에서 같이 좀 연결해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8.15 같은 경우도 우리 한국에서 바라보는 관점이 있고, 일본에서 바라보는 관점이 있고, 중국에서 바라보는 관점도 있고 다 다르잖아요. 그래서 이제 일국 중심주의가 아니라 하나의 국가를 넘어서서 전체적인 지표를 가지고 같이 공동 연구해 보자는 의미가 있는 기획이에요.
   그 공동 연구에는 또 각 연구 영역이 있잖아요. 뭐 정치, 경제, 문화, 역사, 도시, 사상이라고 하는 거 이런 걸 전부 융합해 보자는 의미를 가지고도 있어요. 이 프로젝트의 최고 성과는 '동북아, 니체를 만나다'라고 봐요. 일본이나 중국분들도 연구에 참여해서 출간해 낸 책이거든요. 국내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에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그런 연구 사업을 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했다고 우리만 알고 우리 안에서 논의하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동북아 전부가 같이 한 프로젝트라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끝으로, 원광 구성원에게 하고 싶은 말씀 한마디도 부탁합니다.

 지금 4년째 원장을 맡고 있는데, 우리 학생들이 우리 프로젝트에 관심이 적은 것 같아서 아쉬워요. 봉황 BBS에 들어가서 보면 홍보글이 계속 올라가요. 콜로키움이나 학술대회, 특강 같은 프로그램이 계속 올라가요. 모든 걸 학생들과 공유하고 싶어서 하는 것도 있기 때문에, 어떤 형식이 됐든 관심 가지고 참여를 해줬으면 좋겠어요. 다른 대학에서도 하잖아요. 예전에 왕중강 교수 모셨을 때 북경대학에서 4~50명의 학생들이 들어왔어요. 전 세계에서 다 접속해서 들어오는데 우리 학생들은 좀처럼 보이지 않더라고요. 이게 항상 아쉬운 부분이에요. 그래서 앞으로 관심을 가져줬으면 해요. 그래야 문제의식도 생기고, 넓은 지식을 함양하게 되니까요.
   한 시대를 살아가면서 가져야 할 문제들을 세계 여러 대학의 권위자들과 같이 연구하고 있어요. 모범적 대학의 수준이 지금 여기 들어와 있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학교 수업도 중요하지만, 특강이나 학술대회 참여를 통해 얻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고 봐요. 중요하고 소중한 것들을 많이 접할 수 있는데, 학생들이 좀 적극적으로 좀 이렇게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조혜연 기자 [email protected]

임한별 수습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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