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본문 기사 참고용임
사진은 본문 기사 참고용임

   
   e커머스는 단편적으로 논하자면 '문화 소비의 마천루'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국내 '쿠팡' 등 거점 기업과 더불어 최근에는 중국 국적의 '테무'처럼 외국계도 합심한지라 문화 소비의 지각 변동이 크게 불고 있다. 허나 최근에는 암울한 분위기로 국내 e커머스 시장이 뒤덮였다. '티메프 사태', 바로 이것 때문이다.

뿌리의 중추와 썩은 고름

   티몬과 위메프는 국내 e커머스 시장의 1세대 중추로서 그 아성이 강하다. 얼핏 보기엔 개별 기업으로 보이지만 둘 다 싱가포르 소재의 e커머스 기업 '큐텐(Qoo10)' 그룹의 자회사다. 이 둘은 지난 2010년 설립된 이후, 꾸준히 그 유명세를 거머쥐고 있다. 실제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티몬이 830만 명, 위메프는 770만 명으로 추산돼 위상이 충분히 가늠된다. 

 여기까지만 보면 사실상 국내 문화 소비 시장에 촉진을 이끈 주역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최근에는 일명 '티메프 사태'로 한순간에 썩은 고름으로 자리 잡게 됐다. 시작은 지난 7월에 티메프 입점 여행사, 유통사들이 정산 대금을 지급받지 못 하면서부터다. 연관 업체들이 자그마치 6만 개나 되는지라 피해는 삽시간에 불어났고 티메프를 통해 구입한 항공권·숙박권이 강제로 취소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특히 여행을 앞둔 청년 개인과 그들의 가족에 피해가 집중됐다. 설상가상으로 환불도 지지부진하면서 사태가 가중됐다.

 이에 금융감독원이 공정거래위원회와 긴급 조사에 들어갔다. 조사 결과, 티메프의 미정산액은 지난 5월 기준, 2천 7백억 원이며 최대 1조 원을 훌쩍 넘을 수도 있다고 집계됐다. 이후 소비자들과 피해 업체들은 티메프에 항의 방문을 하며 각각 환불과 미정산액 지급 요청 쇄도가 이어지고 있다.

예고된 파국

   일각에선 이미 예견된 참사였다는 분석이 자자하다. 바꿔말하면 미연에 방지할 여지가 있었다는 얘기로도 풀이된다. 사태 발생 후, 정산 대금 돌려막기와 무분별 저가 상품 판매 상술이 원인으로 뽑혔는데 후자가 최대 원인으로 제기됐다. 우선 중장년층과 더불어 청년층은 가격 인하를 중시하는 경향이 높다. 당연히 이를 의식한 티메프는 타 업체보다 압도적인 저가 상품들을 대량으로 선보였다. 그러나 도를 넘은 가격 인하와 무분별한 저가 상품 양산으로 문제가 촉발됐다.

 진작 지불됐어야 할 정산 대금은 입점 업체에 넘어가지 않았고 저가 상품 양산에 보태졌다. 나머지 비용마저도 티메프의 외부 사업 확장비로 전부 충당한지라 당연히 정산이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 이때 티메프는 이전에도 지적받은 바 있는 돌려막기 수법으로 해결하려 했다. 하지만 이전과는 천지 차이인 비용과 업체 개수로 차질이 생겼고 결국 이번 사태로 이어지게 됐다. 이 부분에서 진작에 티메프의 수법과 상술을 인지하고 조치를 취했더라면 피해를 막을 수 있었지 않겠냐는 공통된 분석이 제기됐다.

 핵심 피해층인 청년층도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주요 언론 보도를 인용해보자면 이들은 무분별한 저가 상품 양산을 자신들의 피해 원인으로 꼽았다. 저가를 우선시하는 소비자의 심성을 교묘히 악용한 상술에 기만당했으며 이를 통해 정당한 여가 추구권을 침해당한 거라 주장했다. 또한, 청년층의 경우 중장년층과 더불어 인터넷을 통한 비대면 상품 구매에 익숙함을 강조했다. 이를 두고 기업의 자체적 대안, 당정의 적극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이번 사태는 막을 여지가 있었으며 애꿎은 소비자층만 이용당하고 피해를 입었다는 게 본질이다.

 Continue or End

   당정의 범정부적 개입에 따라 사태는 차츰 해결의 조짐을 보인다. 티메프 역시 모기업인 큐텐 그룹도 가세해 지분 매각 등을 거쳐 해결에 돌입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미보상 사례와 더불어 큐텐 그룹의 불투명한 대응 태도 등 잡음이 계속 들려오고 있다. 결국 반쪽짜리 해결을 거치고 있는 아슬아슬한 형세라 할 수 있다.

 티메프 사태는 기업 자체의 문제도 있지만 소비자층 쪽에도 미약하게나마 공존한다. 아무리 저가가 부담을 덜어 좋지만 이익 극대화를 통한 나쁜 상술의 일환이라는 중요한 부분을 우리도 간파했어야 했다. 조금이나마 의구심을 가졌어야 한다는 거다. 

 실제로 피해층 사이에서도 잘못 가꾼 땅을 확인하지 않고 발자국을 조금이나마 찍은 소비자의 책임도 어느 정도 있는 게 아니냐며 자조하고 있다. 살짝이라도 이득을 보려고 나름대로 합리적인 욕심을 낸 게 결과적으론 파국으로 이어졌다는 거다. 야속한 결론이긴 하나, 소비자는 저울 가운데에 서 있는 계란이다. 알게 모르게 원치 않는 방향으로 쏠려 버리기에 과하게라도 신중함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이번 사례도 마찬가지다. 상황에 따른 예외도 있겠으나 신중함은 살짝 접어두고 개인의 마음 한편에 있는 소망을 우선시한 경우가 많았다. 결국 몇 원이라도 더 이득을 보고 싶은 희망에 치중했던 태도가 얄궂게도 손해를 안겨줬다. 우스운 얘기지만 지금이라도 저가에 대한 기대는 접어두고 살짝 손해를 보더라도 안전한 이득을 보도록 개선하는 수밖에 없다. 

 물론 기업의 자체 해결과 더불어 당정 차원에서 강도 높은 규제도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결국에는 우리도 미약하게나마 행동해야 한다는 매한가지다. 고가에 부담을 느끼고 저가에 이끌리는 건 당연한 반응이다. 다만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기존의 가치관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때론 험한 길이 가장 안전한 통로이지 않은가. 잔존하고 있을 여진속에 걸어갈지 멈출지 자신에게 필요한 방향은 뭔지 의구심을 꺼낼 타이밍, 바로 지금이니까 말이다.

 이민서 기자 [email protected]

저작권자 © 원광대학교 신문방송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