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소개하는 '애플 엔비디아 쇼크웨이브'는 애플과 엔비디아가 'AI'와 '모바일 반도체' 전쟁에 뛰어들며 벌어진 격변의 현장을 비전공자도 알기 쉽게 설명한 흥미진진한 책이다.

 저자 백종민은 과학을 좋아했지만, 현재는 아시아경제 기자로 활동하며 미국, 중국, 대만 등지에서 반도체 산업을 취재하고 삼성, IBM, AMD의 팹을 취재하는 등 반도체 분야 전문가로서 본인의 경험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애플(Apple), 반도체 기업이라고?"

 2007년 1월 9일, 아이폰이 세상에 등장한 지도 어느덧 16년이 지났다. 이후 애플이 아이패드, 애플 워치, 에어팟까지 선보이며 우리의 일상은 완전히 변했다. 소비자들이 왜 애플의 생태계에 흠뻑 빠지게 되었을까? 

 정답은 '반도체'에 있다. 애플은 2007년 아이폰을 처음 소개함과 동시에 기업의 명칭을 'Apple Computer'에서 'Apple'로 변경하였다. 이는 컴퓨터를 넘어 여러 제품을 포괄하는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적합하고 애플의 비전과 전략을 반영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애플의 진화는 반도체의 변화와 함께했다. 

 반도체는 대부분 범용이다. 애플은 범용 반도체를 사용하면서 원래 생각했던 기술과 비전을 외부적 요건에 의한 제약으로 제품에 투영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타 기업에 의존했던 반도체를 자체 개발하기로 했다. 현재 애플이 개발한 반도체는 전량 애플이 생산하는 제품에 사용한다. 이는 애플의 비전과 철학을 제품에 담으면서도 전용 반도체 칩을 통해 제약 없이 성능을 향상할 수 있게 했다. 

 "엔비디아(NVIDIA), AI 시대의 다크호스"

 엔비디아는 창립이래 여러 번의 위기를 극복하며 GPU(Graphics Processing Unit, 그래픽 처리 장치) 반도체 하나만 주력 제품으로 삼아왔다. 엔비디아의 GPU는 컴퓨터 게임을 하는 이들을 위한 부품으로 명맥을 유지했지만, 최근 두 번의 중요한 전환점을 경험하게 된다. 

 첫째,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의 급성장은 엔비디아의 GPU가 채굴에 효과적임을 보였다. 둘째, 엔비디아의 GPU가 AI 학습에 매우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새로운 AI 시장으로의 진출 기회를 잡게 되었다. 결국, 2024년 3월 18일 열린 GTC 2024 행사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을 AI의 황제로 등극시킨 '대관식'이었다. 과연 GPU의 어떤 점이 엔비디아를 AI 시대의 다크호스로 만들었을까?

 그 이유를 CPU와 GPU를 요리사에게 비유하여 설명하면, CPU(Central Processing Unit, 중앙 처리 장치)는 매우 뛰어난 요리 주방장처럼 복잡한 데이터의 연산 및 제어를 순차적으로 처리하며 빠르게 변하는 작업에 대응할 수 있다. 반면, GPU는 요리사들로 이루어진 요리팀처럼 단순한 작업을 병렬로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데 유리하다. 이는 GPU가 빠르게 학습하고 실행하는 작업이 필수적인 AI 및 딥러닝 분야에 매우 적합함을 말한다.

 최근 엔비디아는 AI 기술의 중요성과 그로 인한 시장 성장을 반영하여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넘어선 첫 번째 반도체 기업으로 등극했다. 이로써 엔비디아는 AI 기술 발전에 있어서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으며 애플을 추월하여 세계 최고의 기업 중 하나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참고로, 확인 결과 엔비디아는 24년 6월 18일(현지시각) 뉴욕 증시에서 시가총액 세계 1위를 차지했다.) 

 한편 애플과 엔비디아는 TSMC의 지원을 받아 혁신을 이루어가고 있다. 애플과 엔비디아 모두 우수한 반도체 설계 능력이 있지만 반도체 제조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 TSMC는 세계에서 가장 큰 반도체 파운드리 회사로서 애플과 엔비디아를 포함한 다양한 고객사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혁신적인 반도체 칩을 생산하고 있다. 이처럼, 애플, 엔비디아와 TSMC는 각각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협력과 경쟁을 통해 반도체 산업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현재 애플과 엔비디아는 각각 소비자 시장과 기업용 시장에서 강력한 입지를 확보하고 있지만, 최근의 발표와 동향을 보면 이들 간의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2024년 초부터 AI 분야에 집중할 계획을 발표하면서 AI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반도체 설계 능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엔비디아가 CPU 시장과 스마트폰용 AP(Application Processor)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면 더욱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AI와 모바일 반도체는 단순한 경쟁 관계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이 두 분야가 상호 융합함으로써 진정한 AI 시대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반도체 시장의 숨은 강자인 애플의 현재 위상과 향후 행보, 그리고 챗GPT의 인기로 급부상한 엔비디아가 반도체 전쟁에 뛰어들어 혁신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새로운 반도체 기술 질서를 구축하는 과정을 잘 설명하고 있다. 

 또한, 중간중간 구글, 인텔, ARM, 퀄컴, AMD, 삼성 등 빅테크 기업들의 반도체 전쟁에 대해서도 흥미롭고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이는 AI와 모바일 시대에 반도체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 중요한 통찰을 제공할 것이라 기대한다.

 이기원 교수 (전자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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