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구제역 공포가 내려진 지도 어느덧 100일. 지난해 11월 말 경상북도 안동에서 처음 발생한 구제역이 현재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채로 진행 중이다. 시골에서 흔히 맡을 수 있는 가축의 오물 냄새를 넘어 코를 찌를 듯한 역한 냄새가 나는 곳. ‘구제역 매몰지’. 기자는 지난 5일 충청남도 보령시 천북면에 위치한 구제역 매몰지에 다녀왔다. “끊이지 않는 구제역…날씨 풀려도 연일 발생”, “구제역 매몰지 문제 심각해…412곳 정비 시급”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기사를 보며 안타까움을 느꼈지만 현실적으로 확 와 닿진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매몰지로 가기위해 광천IC를 통과하자마자 비상사태라는 느낌이 들었다. 구제역과 관련된 현수막이 여기저기 붙어있고 매몰지까지 가는 길에 방역초소를 10번이나 지났을 정도였다. 철통방역초소를 뚫고 도착한 매몰지는 그야말로 참담했다. 한쪽구석에 잔뜩 쌓인 생석회포대와 기계자국이 선명히 남아있는 땅, 그리고 곳곳에 삐져나와 있는 비닐. 열 지어 서있는 가스배출 파이프와 침출수를 모으기 위한 저장고, 그 주위에는 분출돼있는 오물. 난생 처음 맡아 보는 지독한 냄새까지. 언론에서 접했던 모습을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고나서야 구제역의 심각성을 깨닫게 됐다. 매몰지가 있는 황폐한 땅 바로 앞에 방조제와 철새들의 여유있는 모습과 햇빛에 비쳐 아름답게 반짝이는 바다가 상반된 그림을 연출했다. 대체 구제역이 무엇이기에 이 아름다운 풍경의 공기마저 흐리고 있는 것일까.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서는 구제역(FMD: Foot and Mouth Disease)을 ‘소, 돼지, 양, 염소, 사슴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우제류)에 감염되는 질병으로 전염성이 매우 강하며 입술, 혀, 잇몸, 코, 발굽 사이 등에 물집(수포)이 생기며 체온이 급격히 상승되고 식욕이 저하되어 심하게 앓거나 죽게 되는 질병’으로 정의했다. 국제수역사무국(OIE)에서 A급 질병으로 분류하며 우리나라 제1종 가축 전염병으로 지정 될 만큼 무서운 병이다. 지난 2일을 기준으로 신고건수는 202건(양성판정 150건, 음성판정 52건)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살처분 가축수 347만 968마리, 총 피해액 3조원으로 추정, 살처분 가축 매몰지수 4476곳, 1·2차 백신접종 가축수 2358만 마리, 방역에 동원된 총인원 205만 4359명, 매몰 작업에 도입된 중장비 대수 1만 7913대로 집계됐다. 숫자만으로도 어마어마한 규모다.

천북면 사호리에서 돼지 농장을 운영하는 A씨는 “우리 농장은 새끼 100마리만 살처분하고 나머지는 예방접종을 한상태로 다른 농장보다 비교적 피해가 적은 편이다”며 “정부에서 피해 지원금을 주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지원은 받지 못한 상태다”라고 말했다.
구제역으로 인해 전국이 떠들썩한 가운데 유독 전라북도만은 방역망이 뚫리지 않았다. 기자는 김제시청에서 관리하는 익산과 김제의 경계지점인 목천다리 부근의 방역초소를 찾았다. 죽산면사무소 공무원 이미정씨는 “보통 하루 8시간씩 3교대로 일하고 주요 업무에는 소독약 교체, 사료차·가축차량 별도 소독과 가축 출하증 확인 등이 있다”며 “전라북도의 구제역 대비를 위해 방역을 하는 만큼 운전자들이 잘 따라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라북도가 현재까지 구제역이 퍼지지 않았다지만 100%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구제역 방지를 위해 익산시청에서는 주1회 실시하던 축산농가 소독의 날을 주2회 이상으로 늘리고 방역초소를 도경계 및 IC에 설치해 7개소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5개 초소에는 이중소독기를 설치했다. 또한 도경계 및 축산 밀집지역 도축장에 집중소독을 하고 있고 관내 우제류 사육농가에 매일 전화로 예찰(미리 살펴서 앎)을 실시 중이다. 이외에도 발생시도로부터 가축의 구매 및 입식금지 농가 홍보지도와 발생 시도의 가축분뇨, 도축부산물 반입금지 홍보에 힘쓰고 있다.

2월 말 군에서 제대한 이현오 학우(정치행정언론학부 2년)는 “군복무 중에 방역초소에서 근무를 한 적이 있지만 아직까지 전라북도는 위험지역이 아니고 구제역이 사람에게 옮기지 않기 때문에 심각성을 느끼진 않는다”며 “도내에 확산이 되지 않기를 바라고 하루빨리 구제역이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곳곳에서 구제역으로 인한 공포를 느끼고 피해를 입는 이때. 비교적 안전한 전라북도라고 해서 마음 놓고 있기보단 구제역 예방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과 피해 농민을 한번 쯤 생각해보자. 정부의 대책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는 가운데 문제점에 대해 확실히 검토하고 피해는 최소한으로 줄이는 방안을 모색해 구제역으로 인한 더 이상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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