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영한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길라임 아버지를 기억할 것이다. 그의 역할은 소방관이었다. 자신의 목숨보다 한 인간의 목숨을 소중히 여겨 김주원을 구했던 길라임의 아버지는 그렇게 목숨을 잃기 직전 자신이 구출한 이가 죽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를 했다. 그 기도는 실제 1950년대 말 미국의 한 소방관이 화재 진압현장에서 세 명의 아이들을 구하지 못한 죄책감으로 쓴 ‘소방관의 기도’라는 시다.

‘소방관의 기도’는 누군가 나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 때 내가 그의 손을 잡게 해달라는 내용으로 우리나라 소방서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글 문구다. 기자는 지난 5일 익산시의 소방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익산시 팔봉동에 위치한 익산소방서를 찾았다. 익산시에는 총 7군데(팔봉, 금마, 모현, 인화, 남중, 공단, 함열)의 119안전센터가 있는데 익산소방서에는 1개의 119구조대와 안전센터가 설치되어 있다. 참고로 현재 익산시의 소방인력(소방공무원 206명, 의용소방대 21개 대 698명, 의무소방원 5명, 사회복무원 6명)은 총 915명이라고 한다. 기자가 익산소방서에 도착했을 때 가장먼저 눈에 들어 온 것은 각종 소방차와 응급차 등 많은 소방장비들이었다. 익산소방서의 소방장비는 총 39대(펌프 차 14대, 물탱크차 5대, 구조공작 차 1대, 구급차 8대, 고가사다리 1대, 굴절 차 1대, 화학 2대, 배연 1대, 기타 6대)의 차량으로 구성 되어 있었다. 소방서 내부로 들어가니 화재·구조·구급 등을 비롯해 각종 대민봉사까지 다양한 장비와 소방공무원들이 각자 자신들의 자리에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근무에 충실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실제로 소방관과 안전센터 요원들은 긴박한 사건이 언제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긴장된 상태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들은 촌각을 다투는 현장에 투입되어야 하기에 최소한 가벼운 복장을 하고 있다고 한다. 소방서라 하면 긴급한 사건 사고가 발생하는 곳이기에 경직된 분위기를 예상했었는데 막상  취재를 하다 보니 그들에게서 누구보다 따뜻한 인간미를 느낄 수 있었다.

그 곳에서 만난 이완정소방관의 안내로 소방서 2층의 소방홍보전시관을 둘러봤다. 소방홍보전시관에서는 각종 소방 자료사진들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소화전이 없던 50년대 수레를 이용해 펌프로 불을 껐다는 사실에 기자가 의아해하자 안내를 해주던 소방관이 직접 시범을 보여주자 그 당시 상황의 예측이 가능할 것도 같았다. 이어 기자에 눈에 띤 것은 아이들의 소방포스터였다. 어린이들이 직접 그린 포스터들이었는데 이러한 포스터 그리기는 화재에 대한 두려움을 잘 모르는 어린이들에게 화재의 위험을 교육하기위한 목적으로 소방교육을 위해 매년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익산소방서는 견학프로그램인 응급처치체험교실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견학생들은 주로 공무원과 학생, 군인, 지역주민 등을 대상이며 주요 교육내용은 심장마비와 같은 위급상황에서 소생률을 높임으로서 시민의 생명보호에 만전을 기하고자는 취지다. 소방체험학습을 신청하면 소방차의 구조와 업무 복을 착용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소방체험에 도전했다. 소방체험을 하려면 우선 소방작업복을 입어야 하는데 7kg의 무게가 넘는 소방복은 여성인 기자가 입기엔 너무 무거웠다. 어렵게 소방복을 착용하고 몇 걸음 걸어보았는데 옷의 무게 때문에 몸의 중심을 잡을 수가 없었다. 기자는 그 순간 소방관들의 열정과 헌신에 감사했다.

김홍식(31세) 소방관에게 익산시에서 한 달에 평균 몇 건의 화재가 발생 하냐고 묻자 “2010년에는 약 1천 500건이 발생했다”며 “익산시 전체 기준으로 월 10곳 이상의 큰 화재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화재는 주로 공장기계의 화재나 어르신들의 가스레인지 부주의가 원인이다”고 덧붙였다.
소방대원들은 사람들을 구조 해주는 것에 대한 희열을 느낀다고 한다. 그러나 모든 사건은 인간의 목숨과 연관돼 있기에 후유증이 크다고 한다. ‘항시주의’ 화재는 자신만이 잘한다고 해서 발생하지 않는 것이 아니란다. 방심하는 그 순간부터 화재는 발생한다는 게 소방대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한 사람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자신들의 몸을 돌보지 않고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촌각의 시간을 다투는 그들.

그러나 현실은 사실과 다르다. 얼마 전, 한 익산 시민으로부터 하수구에 핸드폰이 빠졌으니 꺼내달라는 신고가 들어왔다고 한다. 시민이 요청한 것이기에 출동은 했지만 사실 구조대원들은 이와 같은 사건을 맡을 때면 소방관으로서의 사명감이 저하된다고 한다. 더구나 이렇게 사소한 일에 구조대원들이 투입되다보면 정작 큰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출동할 수 없기 때문이란다. 이완정(43세) 구조대원은 “사건 현장에 출동하면 인간적으로 두렵고 겁도 나겠지만 소방관으로서는 당연히 해야 할 의무도 있는 것이다”소방관의 사명을 강조했다.

소방관들의 처우가 매우 열악한 것도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였다. 소방관들이 사고현장에서 부상을 입었을 때 개인적인 사비를 통해 치료해야 할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자신들의 목숨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일하는데 치료비를 걱정해야 할 정도라면 우리 국가정책이 무언가 잘못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에게 새삼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현장 취재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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