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수도 서울, 도심 속 빽빽이 들어선 고층 건물들과 화려한 불빛 뒤에 낡고 허름한 동네들이 존재한다. 무너져가는 지붕과 낡은 건물 그리고 좁은 골목길. 흔히‘달동네’라 부르는 곳이다. 기자는 지난달 26일 서울시 홍제동에 위치한 달동네 ‘개미마을’에 다녀왔다.
 
 어렵게 찾아간 ‘개미마을’, 이곳에는 현재 420여 명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이 마을은 6·25 전쟁당시 갈 곳을 잃은 유랑민들이 임시로 천막을 치고 살아 ‘인디언촌’이라 불렸다. 그러나 그 이후 주민들이 열심히 생활하는 모습이 개미를 닮았다 해서 ‘개미마을’이라는 이름으로 바뀌게 되었단다.
서울시 홍제동 골목길 담장
 
 마을으로 향하는 길은 가파랐다. 마을버스도 힘이 드는 듯 ‘부릉’하는 커다란 엔진 소리를 내곤 했다. 올라가는 동안 곧 쓰러질 것 같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양이 옹기종기 정다워 보였다. 그리고 여느 달동네가 그렇듯 낡은 지붕과 지붕이 서로 겹쳐있거나 이어져 있었다. 마을에 도착하니 제일 먼저 공중화장실이 눈에 띄었다. 화장실이 없는 집들이 많아 공중화장실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란다.
 
 기자가 개미마을에 도착했을 때, 해가 쨍쨍한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주민들 대부분이 아침 일찍 일하러 나가 해가 지고 저녁이 돼서야 집으로 돌아온단다. 개미마을은 참 가난한 동네다. 이 마을에 사는 사람 대부분이 일용직에 종사하거나 ‘기초생활수급자’라고 한다. 해마다 연말이 되면 불우이웃돕기 성금 전달 기사에 단골로 등장하는 곳이 바로 이곳 개미마을이라고 할 정도다.
 
 “우리는 파리 같은 목숨만 간신히 유지 한 채 살아가고 있어요. 집은 망가졌지만 돈이 없어 내부수리나 이사는 꿈도 못 꾸죠. 비가 오면 집이 무너질까 무서워 죽겠어요”라는 윤 할머니(77세). 윤 할머니는 평생을 개미마을에서 살아왔다. 개미마을에는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집보다 빈집이 더 많다. 대부분이 가난한 동네를 벗어나기 위해 이사를 갔거나 월세를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적 여력이 없어 이 곳에 세를 들어 살고 있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삭막한 마을에 2009년 여름부터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금호건설에서 ‘빛 그린 어울림 마을’이라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마을 담장이나 벽에 그림을 그려 주게 된 것이다. 성균관대학교, 건국대학교, 추계예술대학교, 상명대학교, 한성대학교 등 5개 대학 미술 전공 학생들이 참여해 마을 곳곳 담벼락에 51가지의 다양한 그림을 그렸다. ‘개미마을’은 이때부터 벽화마을로 거듭나게 된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마을 윗부근에 위치한 해바라기 벽화였다. 보는 이의 마음까지 환하게 만드는 이 그림은 마을의 대표적인 마스코트다. 벽화 앞에 서서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덕분에 어둡고 암울하기만 했던 마을에 생기가 살아나고 벽화를 구경하러 온 사람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9년째 홍제역에서 개미마을로 마을버스를 운행 중인 김윤수 씨(73세)는 “개미마을에 벽화가 그려진 후 관광객들이 많아졌어요. 어른 뿐 아니라 학생들이나 사진기자들도 마을 풍경을 찍기 위해 많이들 와요”라며 “하루하루 생계를 꾸려나가기에 바쁘던 마을 주민들에게 활기를 불어 넣어주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웃음)”라고 말했다.
 
 그러나 관광객들이 많이 찾은 탓에 불편한 점도 있단다. 관광객들은 구경하러 오지만 한 여름에는 더워서 문을 열어 놓는 경우 외부인의 출입이 썩 좋지만은 않다고 한다. 빈곤하게 사는 처지에 관광객들이 신기하게 집안을 들여다보면 동정 받는 느낌도 들어 부끄럽다는게 그 이유였다.
 
 금호건설은 ‘개마마을’에 이어 ‘빛 그린 어울림 마을 2호’라는 제목으로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서울시 금천구에 위치한 금천초등학교에 벽화를 그렸다. 금호건설 홍보팀 박창선 대리는 “낙후된 동네나 학교를 아름다운 거리로 바꾸기 위해 이와 같은 프로그램을 실시하게 됐다”며 “소외된 지역의 주민들과 일반사람들과 벽화를 통해 ‘소통’했으면 한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금호건설에서는 이번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마을 벽화 그리기 프로그램을 진행 할 예정이다.
개미마을의 마스코트인 '해바라기' 벽화
 
 물론 낙후된 지역을 변화시켜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마을 주민들의 마음도 헤아려 보는 것은 어떨까. 낡고 보잘 것 없지만 그들에게 있어서 개미마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삶의 터전이었을 테니까 말이다.
 
 단순히 ‘아름답다’라고만 하기에는 너무 가난해보이는 동네인 개미마을. 언젠가는 이 개미마을도 재개발로 인해 사라질지 모른다. 9월은 우리나라 전통명절 ‘한가위’가 있는 달이다. 우리 모두가 내 가족이 소중함을 느끼는 것처럼 달동네 작은 마을의 애환을 따뜻하게 간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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