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영화인 <소중한 날의 꿈>이 개봉되어 영화 마니아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 <소중한 날의 꿈>은 11년간의 제작기간과 우리나라 순수 애니메이션 영화라는 것으로도 유명하지만 정작 그 배경이 우리지역인 군산 경암동 철길마을이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소중한 날의 꿈>의 감독(한혜진, 안재훈)에 따르면 60~70년대의 향수가 남아있는 곳을 찾던 중 전국 어느 곳 보다도 옛 정취가 살아있는 곳으로 철길마을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철길을 가운데 둔 경암동 철길마을의 모습.


 영화 속 소년 소녀의 순수한 사랑을 따라가 보기위해 지난 17일 군산 경암동 철길마을을 찾았다. 군산 경암동 철길마을은 군산터미널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기자는 터미널 매점 아주머니의 설명을 듣고 도보로 철길마을로 향했다. 걸어서 가는 도중 시내 곳곳에도 철길이 나 있다가 끊겼다가 했다. 도시화가 되면서 도로가 생겼기 때문이었지만 군산이라는 도시가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의 쌀 배급 기지였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옛 풍경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아쉬운 생각이 들 때쯤 철길 마을에 도착했다. 신기하게도  철길 바로 옆에 집들이 촘촘히 들어서 있었다. 기자는 그 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 피해가 갈 것 같아 조심스럽게 철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기자 일행 외에도 많은 관광객들이 철길을 걸으면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혼자 여행을 왔다는 박지원 씨(24세, 광주)는 “여행을 갈 장소를 찾고 있던 중 인터넷에 군산 철길마을이 소개되어 있는 것을 보고 오게 됐다”며 “철길마을이 1940~70년대의 모습을 잘 보존하고 있어서 사진 찍기 좋은 여행지이다”라고 반겼다. 이곳의 역사를 알고 있냐고 묻자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철도가 집 사이로 다녔다는 사실 밖에는 모른다”고 대답했다.

 군산 경암동 철길마을은 가난한 노동자들의 슬픈 역사를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 기업인들이 이곳에 방직공장을 지었고 가난한 사람들이 노동을 하기위해 속속 모여 들면서 속칭 판자촌이 형성됐단다. 이후 1944년경 판자촌 사이로 철길이 놓이면서 철길의 이름은 ‘페이퍼코리아선’으로 불렸다고 한다. ‘페이퍼코리아’사의 생산품과 원료를 나르는데 철길이 이용됐기 때문이다. 현재는 기관차가 운행하지 않지만 그 시절을 생각하니 일제강점기 시절 고단했을 당시 노동자들의 삶이 느껴져 잠시 숙연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기관차가 다녔던 당시의 모습을 여러 군데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철길 사이사이에는 사람들이 통행하는 건널목이 있었는데 기자는 기관차가 철길 위를 지나가는 상상을 하며 건널목을 건넜다. 금방이라도 기관차가 지나갈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주민 ㄱ 씨는 “건널목을 지나다 보면 기관차 때문에 걸음을 멈춰야 할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그때마다 부모들은 서둘러 아이들을 단속하기에 바빴다”며 “기관차가 지나가고 역무원이 호루라기를 불어야만 통행을 할 수 있었다”고 그 때를 회상했다.

 사람들이 살고 있는 가옥에 가깝게 기차 레일이 설치되어 있는 탓에 이곳의 기관차는 항상 느리게 운행됐다고 한다. 자세히 살펴보니 아직도 건널목 주변에는 기차가 올지도 모르니 주의하라는 ‘위험’, ‘정지’ 표지판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철길을 걷고 있는데 오래 돼 보이는 한 표지판을 발견했다. ‘이 지역은 철도구역입니다. 이 지역에 오물과 쓰레기를 버리면 처벌을 받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번성했을 그 당시와는 달리 현재 이 표지판 주위에는 농작물과 잡초들이 무성하게 자라나고 있어 세월의 무상함을 느낄 수 있었다.

 철길마을은 아주 작은 동네이다. 철길마을에 있었다는 역은 사라지고 그 위에 아파트와 대형마트가 들어섰다. 그러나 아직도 경암동 철길마을은 오래된 판잣집들과 그 사이로 철길이 남아 있어 여행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고추를 말리는 할아버지 그리고 할머니, 빨래를 널고 있는 아주머니, 관광객들에게 반갑다고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들이 정겨운 군산 경암동 철길마을이다. 판잣집들이 다양한 색깔로 채색되어 있어 이 모습을 담기위해 곳곳에서 사진 찍기에 바쁜 여행객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판자집들은 대부분은 2층 구조로 되어 있었다. 창문 또한 작았다.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집들도 있었다. 그 중 가장 눈에 띈 건물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오래된 집이었다.

 김단비 씨(21, 익산)는 “이 좁은 곳에 기차가 다녔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다”며 “관광지로 이름이 알려지면서 여행객들이 버린 쓰레기가 많아 주민들이 골치 아파한다 란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곳이니만큼 오랫동안 잘 보존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겨울에 이어 두 번째 이곳을 찾았다는 김태영 씨(31, 대전)는 “겨울에 눈이 내리면 집과 철도가 눈으로 덮여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았다”말했다. 기자는 다시 이곳을 방문하게 된 이유가 무었이냐고 묻자 김 씨는 “처음 이곳을 방문할 때는 단지 여행이 목적이었지만 지금은 역사적으로 이곳이 의미하는 바를 느끼고 싶어 방문했다”고 말했다.

 옛날의 정겨움과 소박한 삶을 담은 곳 경암동 철길마을에는 추억의 탐방 길이 조성될 예정이다. 기자는 탐방 길이 조성되는 것은 좋은 일이 겠지만 철길마을을 홰손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개발이 이워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에게는 식민지 시기의 아픈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기에 꼭 기억해야 할 여행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곳은 현재 군산의 관광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천천히 철길을 걸으며 우리의 아픈 역사와   어려웠던 시절의 추억을 되새겨보는  것도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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