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계절이 지나가고 추운 겨울이 다가왔다. 길을 지나가고 있는 사람들의 입가에서는 모락모락 입김이 피어난다. 또 가정집에서는 겨울을 맞아 두꺼운 이불과 외투를 마련하기에 한창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겨울에 대해 눈사람, 고드름, 군고구마 등 재미와 즐거움을 위주로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겨울이 되면 즐거움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사람들이 있다. 시골에 거주하고 있는 독거노인, 기초생활수급자들이다. 연세가 많으신 할아버지나 할머니들은 직접 화로에 연탄을 넣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추운 겨울에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연탄을 갈고 나르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는 겪어보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것이다.

기자는 지난 11일 익산시 삼담리 오미마을에 연탄배달봉사활동을 다녀왔다.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현대식 보일러가 아닌 화로에 연탄을 넣고 난방을 해야 했다. 아직도 이러한 곳이 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웠다. 현대사회가 고령화되면서 도시와 시골 사이의 청년층 인구 격차가 현저히 드러나고 있다. 기자가 방문한 이 마을 역시 젊은이들의 인원수가 적었다. 이러한 이유로 무거운 연탄을 수령하는 분들은 모두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었다.

연탄봉사활동을 하는 날은 비가 많이 내렸다.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모인 장소는 익산시노인종합복지관이다. 기자는 이곳에서 연탄봉사 담당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복지관을 통해 자원봉사를 하시는 한 할아버지께서 자신에게 다가오라며 손짓하셨다. 할아버지는 “우리 학생들이 고생이 많네, 기특하기도 하지”라고 말씀하시며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뽑아주셨다. 날씨 때문에 우울했던 기자의 마음은 한 순간에 따뜻해졌다. 

따뜻함을 간직한 채 기자가 향한 곳은 오미마을이다. 이곳은 노인종합복지관에서 20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이 마을은 집들이 대부분 허름했고 논과 밭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연탄을 각 가정에 배달하기 위해서는 재가 묻지 않도록 장갑과 팔 토시, 앞치마를 착용해 야 한다. 또 공교롭게도 봉사활동을 한 날은 비가 내렸기 때문에 우비를 입어야 했다. 그렇게 무장을 하고 연탄배달을 시작했다. 트럭으로 연탄이 운반됐는데 오전에는 1200개의 연탄이 각 가정에 배달됐다. 기자는 처음 트럭에 쌓여있던 연탄들을 보고 한숨이 나왔다. 그러나 봉사활동을 참여하는 학생들은 모두들 힘든 내색 없이 밝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연탄은 자원봉사활동 학생들의 손을 거쳐 각 가정에 전달됐다. 기자는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4시간 동안 연탄배달봉사활동을 했다. 짧은 시간 내에 6가구를 방문해야 했다. 한 가구 당 200개의 연탄을 전달했다.

 

 연탄을 배달하면서 봉사자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해 준 사람은 바로 할아버지, 할머니였다. 총 6가구를 돌면서 어르신들은 모두 “어이구, 연탄배달하기 힘들지?”라며 토닥여 주셨다. 마치 자신의 손자와 손녀인 냥 다독이며 우리들을 대해 주셨다. 덕분에 봉사시간 내내 힘이 날 수 있었다. 이 날 봉사에 참여한 학생들은 모두 10명이다.

연탄배달봉사활동에 참여한 호원대학교 성은정 학생은 “선배의 도움으로 익산시노인종합복지관을 자주 찾아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며 “연탄봉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탄을 옮기는 과정이 힘들지만 가구들을 돌아다니면서 할아버지, 할머니의 따뜻한 조언과 칭찬을 들을 수 있어 오히려 뜻 깊고 보람차다”고 말했다. 학생의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자원봉사자 학생들은 힘들 때마다 ‘아자아자’ 구호를 외치며 열심히 연탄을 배달했다. 한 할머니께서는 “우리 학생들이 애쓰고 있구먼”이라는 말과 함께 손수 만드신 부침개와 보쌈을 제공해주셨다. ‘땀 흘리고 먹는 음식이 달다’는 말이 있듯이 봉사활동을 하면서 먹는 새참은 꿀맛이었다.

오미마을주민 남상원 씨(83세)는 “연탄배달을 해주는 자원봉사 학생들의 모습이 기특하고 예쁘다”며 “힘든 내색 없이 웃음을 잃지 않고 열심히 하는 모습이 대견하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에게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할아버지는 자원봉사활동 학생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기자가 물어보는 질문에 친절하게 답변해주셨다.

현재 연탄봉사활동을 참여하는 학생들의 인원수가 적은 것이 사실이다. 연탄을 전달해야 하는 가구는 많은데 인력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많은 학생들의 손길과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익산노인종합복지관 송성엽 팀장은 “연탄배달은 인력을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에 개인보다는 단체가 참여해야 하는 봉사활동이다”며 “현재 참여인원이 매우 부족한 실정인데 많은 관심을 가져 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는 연탄배달봉사를 언론매체에서만 접했기 때문에 매우 낯설었다. 그래서 이번 봉사활동은 더욱 보람있게 여겨졌다.

 우리사회는 자원봉사활동자들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다. 이러한 곳에 사람들의 따뜻한 관심이 없다면 그들은 소외될 것이다. 이번 겨울이 가기 전 친구들과 뜻 깊은 봉사활동을 참여해 보는 것은 어떨까. 주위의 어려운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진정한 봉사의 의미를 되새겨보자.   

              김주선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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