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의 재구성(2004), 타짜(2006)를 본 사람들이라면 최동훈 감독의 이번 영화 <도둑들>에 대한 기대가 컸을 것이다. 큰 그림 속에 자잘한 복선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했던 지난 영화들을 회상해 보면, 김윤석, 이정재, 김혜수, 전지현, 김수현 등의 화려한 출연진들로 인해 이번 영화는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다. 이런 영화들은 대부분 화려한 걸작 아니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별로 없는 영화 둘 중 하나가 되고 만다.
 아쉽게도 이 영화는 후자에 속한다. 유명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신하균이라는 배우마저 까메오로 출연해서 영화의 시작과 끝을 웃음으로 장식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돋보이는 배우는 '마카오 박' 김윤석과 남자들의 로망 '전지현'뿐이고, 촬영 당시 현재와 같은 지명도가 없었던 김수현은 영화 중반 스르르 사라져버리고는 끝까지 얼굴 한 번 나오지 않는다. 김수현은 그저 마지막 즈음 전지현의 독백 속에 이름이 언급될 뿐이다.
 영화는 도둑들이 미술관을 터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그들은 이전 동료인 마카오박의 제안을 받아들여 홍콩으로 향하게 된다. 홍콩 현지의 도둑팀과 합류한 후 마카오박은 그의 목표가 마카오 카지노에 숨겨진 '태양의 눈물'이라는 다이아몬드라는 것을 알린다. 하지만 이런 저런 사정과 눈앞의 이익에 집착한 도둑들은 각자의 플랜을 세운다. 영화는 보석을 훔치는 과정에서 사기극, 복수극, 애정극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만다.
 사실 열 명의 도둑들이 하나의 보석을 턴다는 스토리는 헐리웃 영화 <오션스일레븐(2001)에서 볼 수 있다. 보석 절도를 계획하는 열한 명의 도둑들 이야기였던 이 영화는 개봉 당시 초호화 캐스팅으로 더 화제가 되었다. 그래서 그런 것인지 <도둑들>을 보는 내내 <오션스일레븐>과 최동훈 감독의 전작인 <범죄의 재구성>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오션스일레븐>보다 덜 재미있었고, 범죄의 재구성보다 치밀함이 떨어졌다.
 하지만 이 영화는 '오락 영화'이다. 마음에 여운이 남고, 깊게 생각해보고 할 것이 아니라 영화가 상영되는 시간동안 웃고, 즐기면 되는 것이다. 공포영화나 SF영화에서 리얼리티를 찾는 것이 말이 안 되는 것처럼, 이 영화에서 마음의 평화나 잔잔한 감동을 바라는 것 또한 무리수가 될 것이다.
 전지현과 김혜수는 자신들만의 미(美)를 활용하여 남자들을 녹이기에 충분히 육감적이었다. 그리고 그녀들은 남자주인공들 못지않게 영화 내내 신경전을 펼치며 마음껏 매력발산을 했다. '핫이슈' 김수현은 후일의 인기를 예감이라도 하듯 영화 내에서는 전지현을 녹이고 영화 밖에서는 여자 관객들을 녹여주었으며, 심지어 몇몇 남자의 마음마저 녹여주었다. 별들의 잔치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 대표 배우들이 열연한 가운데서도 김수현은 본인이 맡은 역할을 잘 해냈다. 그래서 아쉬움이 남는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에서 조금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김윤석은 시나리오상 엘리베이터에서 떨어져 다리를 다친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건물 사이를 날아다니며 홍콩 마피아들과 총격전을 벌이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연출한다는 점이다.
 이처럼 말도 안 되는 상황 설정에도 배우 김윤석이 멋있어 보이는 아이러니함은 나 스스로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김해숙과 임달화의 알콩달콩한 러브라인은 비록 죽음이라는 비극으로 끝을 맺지만 감초 역할을 잘 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오달수는 한국어와 중국어를 오가며 욕설과 굽신거림을 믹스해 웃음을 선사해 줬다.
 배우들의 명성과 감독의 전작으로 인해 많은 관객몰이에 성공한 이 영화는 그에 못지않게 많은 욕을 먹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더불어 영화관 독점이라는 영화 외적인 문제 또한 이 영화에 먹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몇 년 뒤 TV 혹은 DVD로 이 영화를 다시 보게 되었을 때, 그때도 우리를 즐겁게 해준다면, 이 영화는 잘 만들어진 한 편의 영화로 기억해도 좋을 것이다.


  김현정(교육대학원 국어교육과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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