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대학과 조선대학교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사이버강의에서 족보(특정 과목의 기출문제나 요약본을 말하는 은어) 문제가 불거져 논란이 일고 있다.
 신형철 교수(조선대 문예창작학과)가 주관하는 '문학사를 통해본 인간상' 강의에서 벌어진 일이다. 신 교수는 토론방에서 한 학생이 남긴 표절 금지 글이 표절 문제가 아닌, 족보를 사고 파는 일이었단 것을 알고 장문의 공지를 남겼다.
 신 교수는 "최근에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학생 중 일부가 토론 답변과 시험 문제와 답을 꾸러미로 만들어서 유료로 판매하고 있다. 일부 학생들이 이를 구매하여 강의에 참여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삶에 대해 고민하여 더 성숙한 인간이 되기 위해 고전을 읽고 토론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좋은 기회를 누리기는커녕 오히려 돈을 써가며 기회를 날리는 학생들이 있다는 사실이 화가 난다기보다는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며, "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해 보기를 권한다"고 전했다.
 족보 유통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많아진 요즘 더욱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족보가 유통되는 과정에서 금전 거래가 이뤄지고 있으며, 이러한 족보 유통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학생도 적지 않다.
 인문대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족보가 불법인 것을 아느냐는 질문에, "족보가 불법인 줄은 몰랐다"고 답했다. 족보를 구매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엔 "강의노트가 필요해 산 적이 있다. 족보를 사고파는 학생들도 문제가 있지만, 족보가 통용될 정도로 시험 문제가 일정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족보의 유통에 따라 공정성이 어긋난다는 문제도 있지만, 몇 년 동안 바뀌지 않는 강의 방식과 시험 출제 경향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교수진은 큰 틀에서 시험 수업 방식이나 시험문제를 한 번에 바꾸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왜냐하면 대다수의 시험 문제가 교수의 창작물이며 강의 또한 중요한 분야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시험 또한 그 주제에서 치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학가에 만연한 족보 문화를 타개하기 위해선 단순 제재가 아닌, 족보 유통이 불법이라는 것을 인지시키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또한 공정성과 교수의 저작물 보호를 위해서라도 대학 차원에서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편, 기말고사를 앞둔 요즘 우리대학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는 족보를 구하는 글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족보 대행업체 홈페이지에선 해당 과목명 또는 교수명을 입력하고 돈을 지불하면 된다. 이 업체의 족보 가격은 평균 5천원에서 1만원 선이다.
 
  오병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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