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한국어문학부 국어국문학전공 축제인 ‘기픈샘 18번째 어울림’의 일환으로 인문대학 제3시청각실에서 외국작가 초청강연회가 열렸다.


 이번 초청강연회는 ‘인도와 나의 문학, 망명문학으로서의 팔레스타인 문학’이라는 주제로 팔레스타인 비평가(요르단 작가) 파크리 살레 씨와 인도 네루대학 교수(인도 시인) 마카란드 파란자페 씨를 초청했다.


 파크리 살레 씨와 마카란드 파란자페 씨는 지난 7일부터 오는 14일까지 전라북도 전주일대에서 열리는 ‘2007 아시아․아프리카 문학 페스티벌(이하 AALF)’에 초청된 작가들로 이번 국어국문학전공 축제를 맞아 우리대학에 방문하게 됐다.


 파크리 살레 씨와 마카란드 파란자페 씨의 통역은 우리대학 김재용 교수(한국어문학부)가 맡아 진행했다.
우선 마카란드 파란자페 씨는 "아시아라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유럽과 서구를 넘어 그 그림자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한국이란 나라는 서구제국주의의 그림자 속에 놓여 있다고 생각한다"며 "유럽과 서구의 눈을 벗어나 직접적으로 아시아의 작가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마카란드 파란자페 씨의 강연은 아시아 문학이 유럽중심주의를 넘어서야 한다는 것에 중점을 두고 진행됐다.


 이어 파크리 살레 씨는 "1948년 이후에 유대인들이 정착하게 되면서 셀 수 없이 많은 팔레스타인들은 자신의 나라에서 추방됐다"며 "1948년 직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점령했고 1967년에 이스라엘과 아랍의 중동전쟁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상황 때문에 팔레스타인 문학은 ‘망명문학(이산문학)’이라고 정의하던 그는 "우리는 내부적으로 망명했기 때문에 우리들 스스로 망명문학의 고전적인 전범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그렇기 때문에 시나 소설, 희극 등의 문학소재에 흩어져 살아야 하는 우리의 현실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고 자평하면서 "망명문학이란 어떤 것으로도 정착하지 못하고 소외돼 있는 것이다"라고 정의했다.


 또 망명문학이라는 것은 오히려 문학에 좋은 모티브를 제공한다는 그가 마지막으로 던진 "추방돼 있는 고통을 문학의 자산으로 삼아 인간보편의 문학으로 활성화 시켰다"는 말은 강연장에서 강연을 경청하고 있던 학생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강연이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에 한 학생의 "일본은 아시아와 성격이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AALF’에 포함됐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에 마카란드 파란자페 씨는 "일본이라는 곳은 어떻게 보면 유럽제국주의의 복사물이다"며 "과거 몽골이 이라크의 바그다드까지 점령한 사실을 든다면 특별한 경우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한 학생은 팔레스타인 문학이 망명문학이라고 했는데 한국도 식민지 생활에 많은 문학작품을 배출했다는 사실을 들면서 "우리 한국도 망명문학으로 볼 수 있는지와 팔레스타인 문학과 비교했을 때 어떠한가"라고 질문을 했다. 이 질문에 대해 파크리 살레 씨는 "식민시절 한국과 현재의 팔레스타인은 공통된 환경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한국과 팔레스타인 문학은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요르단에서 대학공부를 마치고 팔레스타인으로 돌아가려고 했을 때 분쟁을 일으킨 이스라엘이 허가를 내주지 않아 나는 어쩔 수 없이 요르단에서 현재 망명 중이다"며 "내 다른 가족은 팔레스타인으로 서안지구에서 살고 있고 20년 이상 나는 하나뿐인 여동생을 만나지 못했다"며 한탄했다.


 한편 1980년대 후반까지 활동했던 ‘아시아ㆍ아프리카 작가회의’를 모태로 조직된 세계 문학인의 한마당 ‘AALF’는 지난 8일 전북대학교 삼성문화회관에서 개막식을 가졌다. 개막식에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 43개 나라에서 문학인 3백여 명이 참가했으며 시인 고은 씨가 개막식 기조연설을 했다.


 이 날 개막식에서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정서와 문학은 한계에 다다른 서구적 양식을 극복할 수 있는 세계적 자산이라는 지향점을 암시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으며, 사회를 맡은 영화배우 문성근 씨가 고은의 시 ‘성묘’를 낭독하며 일제치하와 남과 북이 갈라진 현실에 대한 역사적 고뇌를 되새기게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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