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부터 1년 동안 미국 캘리포니아주 세크라멘토에 있는 California State University 전기전자공학과에서 객원교수로 활동하고 돌아온 이종범 교수를 만나봤다. 이 교수는 California State University에서 대학교 4학년 강의를 그 대학 담당 교수와 함께 진행하고 내․외부 학술 세미나를 제공하고 전공서적을 집필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지내며 이 교수가 느낀 점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다. /편집자

1. California State University와 우리대학 학생을 비교하자면?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1학년부터 3학년까지 학과 성적에, 4학년이 되면 취업준비에 매진하는 성향이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요즘처럼 어려운 취업 현실 속에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경제 악화로 미국 대학생들 또한 취업 준비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4학년 학과 수업은 물론 논문발표까지 결코 소홀히 하지 않습니다. 전공과목이 취업 준비에 밑거름이 됨을 알고 있기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또한 수업 후에는 많은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교수 연구실을 찾아가 많은 시간동안 토론하고 상담하는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름다운 캠퍼스를 자랑하는 우리대학에 환경미화원이 없다면 쓰레기가 거리에 넘쳐날지도 모릅니다. California State University는 캠퍼스 시설도 좋고 깨끗했습니다. 무엇보다도 학생들이 스스로 캠퍼스를 깨끗하게 지키는 데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우리대학과 달리 현수막 하나 걸려있지 않았고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등 대학 구성원들이 규칙을 만들어 그것을 지키지 않으면 반드시 벌금을 내야 하는 제도가 부럽기도 했습니다.

2. 미국에서 생활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습니까?
체류 당시 북한의 핵무기 개발로 미국인들 대부분이 󰡐North Korea󰡑에 대해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러 미국인들은 󰡐Korean󰡑을 볼 때 󰡐North Korean󰡑이냐고 되묻는 경우가 있어서 당혹스럽기도 했습니다. 미국인들은 북한 사람도 미국에 자유롭게 올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언젠가 여러 나라에서 온 교수들이 모이는 모임에서 저를 소개할 때 혼동을 피하기 위해 󰡐나는 한국에서 왔다. 북한에서 온 사람은 미국에 없다. 미국에 있는 모든 한국인들은 남한에서 온 사람들이니 그렇게 알아라󰡑라고 말하자 사람들이 깔깔 웃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분단으로 같은 한민족끼리 나라를 구분해서 얘기해야 한다는 현실이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3. 교수님께서 요즘 연구하고 계신 분야는 무엇입니까?
모든 학문이 끊임없는 연구를 요구하지만 공학은 쉴 새 없이 변화하는 시대에 발 맞춰 나가야 하기 때문에 잠깐의 공백도 허용치 않습니다.

저는 전력시스템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전력시스템이란 발전소에서 가정에 전기를 공급하는 송배전선로와 운용시스템을 말하는데요. 최근 정보통신과 전력이 융합된 학문이 미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것을 바로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라고 하는데 미래의 새로운 전력망으로 촉망 받고 있습니다. 객원교수로 지내는 동안 󰡐스마트 그리드󰡑에 대해 연구하기도 했습니다. 현재와는 매우 다른 새로운 형태의 이 전력시스템은 10년 안에 이뤄질 것입니다.

4. 학창시절에 교수님께서는 어떤 학생이셨습니까?
졸업과 동시에 대그룹에 입사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이에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했고 그러다 보니 대학생활을 즐길 여유가 적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H그룹에 입사했지만 여기서 그치고 싶지 않았고 때마침 학부 시절에 미래를 심어주시던 좋은 교수님을 만나 대학원 진학을 결정하게 됐습니다. 현재는 교수가 된 것에 보람을 느끼곤 합니다.

5. 교수님께서는 교수로서의 좌우명이 있으십니까?
좌우명이라기보다는 생활철학이라고나 할까요. 많은 사람들은 성취하기 위해 도전하고 노력합니다. 어떠한 일을 했는지에 대해 평가하고 그것에 만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무슨 일을 하든 장기적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연 성취한 것이 가치가 있었는지 반성하고 깨닫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다시 말해 성취지향적인 삶보다는 가치지향적인 삶이 실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6.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습니까?
대학 졸업 후 나가야 할 사회는 인격과 실력 모두를 요구합니다. 기업에서 신입사원은 입사 후 1개월 안에 어느정도 평가되며 그 이미지는 회사 생활을 하는 내내 그림자처럼 따라 붙습니다. 인격은 그 사람이 예의 바르고 겸손한 지를 보지만 실력은 여러 항목 중에서 대체적으로 발표능력으로 많이 평가되곤 합니다. 아무리 좋은 내용일지라도 발표를 잘 하지 못 한다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겠지요. 제한된 시간에 설득력 있게 발표를 한다면 좋은 이미지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발표를 연습할 기회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우리대학 학생들이 발표연습의 기회를 충분히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꼭 발표수업이 아니더라도 수업시간에 교수가 묻는 질문에 또박또박 대답하는 것 또한 발표 연습의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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