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촛불을 들며 자신들의 주장을 표명하고 있다.
미국 국회에서의 FTA비준안 통과 이후 우리나라에서 FTA비준안을 둘러싼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미국과의 FTA체결로 우리나라 경제가 재도약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FTA체결 관련 독소조항이 국민들에게 유포되면서 이에 반대하는 주장도 거세지고 있다. 이들은 독소조항 중 미국의 투자자본이나 기업이 피해를 보았다고 판결나면 우리정부가 현금으로 배상해야 한다는 ISD(Inventor-State Disment)와 의료보험이 영리화 되고 병원이 사유화 된 후 아무리 부작용이 나타나도 다시는 예전으로 되돌릴 수 없다는 등의 래칫(Ratchet)조항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정부는 투자자-국가간 분쟁해결 절차는 한미 FTA에만 있는 특별한 제도가 아니라, 투자관련 협정에서는 국제적으로 일반화된 제도라고 설명한다. 또한 전기, 가스, 수도 등의 공공 서비스에 대해서는 래칫조항이 적용되지 않으며 우리 정부의 포괄적인 조치 권한을 한미 FTA ‘미래유보’에 미리 기재해 두었기 때문에 추후 필요시 개방수준을 후퇴시키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지난 5일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가 주최한 한미FTA국회 비준 절차 중단촉구 범국민 촛불 문화제가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약 3천여 명의 사람들이 참여하여 진행됐다.
기자가 현장에 도착하기 전부터 이미 수천 명의 경찰들과 수백 대의 경찰차가 서울 일대를 포위하고 있었다. 곧 진행될 시위에 세종대로는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은 한미FTA 반대 문구가 적힌 피켓을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그들의 소망을 담은 노래를 부르며 많은이가 모이기를 기다리는 듯 했다.
이번 시위는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집회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서울광장을 점령한 경찰들로 인해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시위가 진행됐다. 대한문 일대는 발 디딜 틈 없이 시위대로 가득 차 혼잡했다. 문화재청 관리인은 덕수궁을 방문한 관광객들의 출입로 확보를 위해 시위대를 정리 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또한 촛불을 들고 대한문 앞을 지나가려는 시위자와 화재의 위험을 방지하고자 이를 저지하는 관리인과의 몸싸움이 일어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시위가 시작됐다. 일부시민은 거리 한복판을 차지하고 있는 시위대에게 찌푸린 눈살을 보내기도 했다. 지난 9일 실시된 민주당 자체 여론조사에서 FTA협정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53.6%를 기록해 의외의 결과를 보이기도 했다.   
촛불이 하나 둘 씩 모여 주위를 환하게 밝힐 때 쯤 시위대는 신문고를 설치해 1~2분가량 자유발언의 시간을 가졌다. 자유발언대에는 서울대병원의 20대 여성 노동자와 국민대 학생 등이 올라와 자신의 의견을 발표했다. 마이크를 들었던 한 시민은 “경찰들이 시위하러 온 사람들의 자리를 다 빼앗고 있다”며 “우리들의 자리이니 물러가라!”고 외쳐 시위의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켰다. 이어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 창조한국당 고봉균 사무총장의 연설 순으로 문화제가 진행됐다. 발언 중간 중간 시위대는 ‘한미FTA철폐’를 외치며 그들의 의지를 확고히 했다.
시위 단체 중 ‘엄마, 미안해 아파서 미안해’라는 피켓을 들고 있는 20대 여대생 그룹이 눈에 띄었다. 인터넷 카페 ‘여성시대’에서 FTA협정 반대의사를 표명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그룹이란다. 여성시대는 “FTA가 체결되면 건강보험이 없어져 의료민영화가 심각하게 될 것이며 국립병원들이 민영화되어 돈 없는 서민들은 아파도 치료받지 못할 상황이 올 것이다”고 주장하면서 강력한 반대의지를 표명했다.
서울 관악구 소재의 대학교에 재학 중인 ㄱ군(25세)은 “FTA협정을 반대하는 여자친구를 따라 이번 시위에 참여하게 됐다. 현재 시위대의 주장과 정부의 주장을 비교해 내 주장을 세우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위대가 FTA협정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미래의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 비준안 체결’이 시급하다”며 “일정기간 실험적으로 FTA를 시행해 그 기간 동안 우리나라의 경제적 변화를 지켜봐야 한다. 경제적 발전이 있다면 계약기간을 늘리고 경제적 위기가 온다면 계약을 끊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구끼리, 연인끼리 그리고 가족끼리 모인 그들은 하나 된 마음으로 촛불을 들고 있는 시위대와 뜻을 함께했다. 딸과 함께 시위에 참여한 40대 여성은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뉴스와 기사를 접하지만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딸에게 보여주고 싶어 이 자리에 나오게 됐단다. 앞으로 사회의 구성원이 될 딸에게 더 이상의 짐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비장한 각오의 그녀였다.
자신들의 의견을 신문고를 통해 발표했던 이날의 시위는 경찰들의 삼엄한 감시 속에서 저녁 10시쯤 되자 자진 해산되는 분위기였다.
인터뷰를 했던 한 대학생의 말처럼 국민들이 FTA협정을 반대하는 이유는 불안한 미래를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국민들의 마음을 정부는 얼마만큼 이해하고 정책에 반영하는 노력을 하고 있을까? 정부는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에게 강제연행, 물대포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써가며 억압하고 제압하려 한다. 한미 FTA가 경제성장을 위한, 국민들을 위한 협정이라면 강압적인 대응보다 먼저 그들의 불안한 마음을 적극적 설득으로 감싸 안아 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시민들 또한 냉정한 자세로 FTA협정의 손익 계산을 재고 해 볼 필요가 있다.
오늘도 어디에선가 자신의 염원을 담은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서는 국민들이 있을 것이다. 작은 촛불은 자신의 목소리를 대변해 준다. 국가에게 따끔한 충고를 할 수 있는 성숙한 국민을 기대하며, 국가 역시 작은 촛불 하나에도 귀 기울여 들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김가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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