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방대표 민속놀이 가운데 하나인 '기세배' 놀이가 진행되고 있다.
 

 2월 6일은 어둠과 질병, 재액을 밀어내는 밝음의 상징 정월대보름이다. 보름달이 뜨기 이틀 전(2월 4일) 기자는 우리대학 소운동장에서 열린 ‘2012 익산 정월 대보름 한마당’을 찾았다. 7년째 진행되고 있는 이 축제는 탐스런 달을 보며 새해 각자의 소망을 비는 ‘시작’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번 행사는 가족단위의 참여가 눈에 띄게 많았다. 부모님 손을 잡고 뛰어다니는 아이들과 어린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행사에 참여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정월 대보름 한마당’을 총괄한 황인철 시민사업국장은 “어린아이들에게는 지금 기성세대의 추억이 없다. 이런 경험을 통해 아이들이 전통문화를 기억하고 이어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떡메치기 마당, 부럼나누기 마당, 새끼 꼬기 마당, 풍등 만들기 마당 등 총 9개로 나눠진 체험마당은 부스마다 각기 다른 재미가 있었다. 귀밝이술마시기 마당에 있던 자원봉사자는 “건강하세요”하며 두부김치와 막걸리를 나눠줬다. 덕담이 오가는 동안 올 한해 좋은 소리만 듣기를 기원하는 ‘귀밝이술 마시기’의 의미를 되짚어 볼 수 있었다. 이어 떡메치기 마당체험에서는 쫀득하고 맛있는 인절미를 맛 보았다. 자기 키보다 더 큰 떡메를 들고 철썩철썩 떡을 치는 아이의 모습이 귀엽다며 어르신들은 연신 함박 웃음을 지었다. 부럼나누기 마당에서는 호두, 땅콩 등의 견과류를 ‘딱’ 소리 나게 깨물면서 “일 년 동안 무사태평하고 종기, 부스럼이 나지 않게 해주십시오”라며 건강을 기원했다.

 한쪽에서는 꼬마들의 뜀뛰는 소리가 축제의 흥을 돋웠다. 전통놀이마당에는 단체줄넘기와 사방치기, 비사치기놀이를 하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컴퓨터 게임과 핸드폰 게임에는 익숙하지만 전통놀이가 생소한 어린아이들은 어른들에게 비법(?)을 전수받으며 놀이를 배웠다. 사방치기는 하늘을 반원으로, 네모난 땅은 여러 칸으로 나눠 그린 다음 망(사방치기에서 쓰는 작고 납작한 돌)을 정해진 칸에 던지고 앙감질(한 발은 들고 한 발로만 뛰는 짓)하며 주워 오는 놀이다. 비사치기는 양쪽에 금을 긋고 상대편이 세워 놓은 비석을 쓰러뜨리는 놀이다.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은 옛날을 회상하며 놀이에 참여했다. 비사치기 놀이에 참여해 이목을 집중시킨 최원영(익산시 모현동, 54세)씨는 “이 놀이의 이름이 가물가물하다. 우리들의 어릴 적 문화가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이런 축제가 우리 전통문화를 살릴 수 있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축제에서는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의 참여도 눈길을 끌었다. 각 마당에서 시민들이 쉽고 다양하게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 엽전에 한지를 넣어 제기를 만들고 찰밥을 뭉쳐 나눠줬다. 아이들이 고사리 손으로 새끼를 꼬면 그 안에 삶은 계란을 넣어주기도 했다. 자원 봉사에 참여한 설혜미 양(전주교대 2년)은 “매년 정월 대보름 축제는 텔레비전에서만 보고 지나쳤는데 이번에는 직접 참여해 뜻깊다”며 “날씨가 추운데도 사람들이 축제에 많이 참여해 보람차다”고 말했다.

 체험마당 외 볼거리도 많았다. 흥겨운 사물놀이 가락이 축제 내내 계속됐다. 농경문화를 대표하는 기세배 놀이는 백제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정월 대보름 민속놀이로 금마 12개 마을이 한자리에 모여 농사의 신에게 풍년을 기원하는 것이다. 이 놀이로 또한 마을 간의 협동심과 연대감을 조성시켜 준다고 한다. 이어 진행된 남자 대 여자, 여자 대 남자의 박터트리기. 사회자는 “옛 선조들의 말에 따르면 여자가 먼저 박을 터트려야 마을에 풍년이 온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이 힘차게 던진 오재미가 여자 쪽 박을 먼저 터트렸고 사람들의 함성이 일었다.

 다음으로 축제에 참여한 시민들의 평안과 안녕을 기원하고 덕담을 풀어내기 위한 비나리 공연이 펼쳐졌다. 사물놀이패의 갖가지 묘기는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달집에 불을 붙이는 모습

 날이 어둑해지자 사람들은 달집태우기를 구경하기 위해 대운동장으로 이동했다. 사물놀이패는 달집을 에워쌌다. 달이 막 떠오르는 순간, 달집은 풍물가락에 젖어 타올랐다. 예부터 달집을 태워 이것이 고루 잘 타오르면 그 해는 풍년, 불이 도중에 꺼지면 흉년이라고 믿었다. 또한 달집 속에 넣은 대나무가 불에 타면서 갈라지는 소리에 마을의 나쁜 귀신들이 달아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달집은 커다란 굉음을 내며 여기저기 재를 뿌렸다. 사방으로 튀는 재를 보며 축제에 참여한 사람들은 올해 하는 일이 모두 잘될 것이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여자친구가 생기게 해주세요’, ‘성적 향상, 수능대박’,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게 해주세요’… 제각기의 소원이 적힌 풍등은 어두운 하늘을 밝히며 날아갔다. 날아가는 풍등을 바라보는 이들의 표정은 한껏 상기 돼 있었다.

 기자 역시 풍등을 날렸다. 하늘에 떠오르기 위해 부풀어 오르는 풍등을 기다리며 한 번, 날아가는 풍등을 보며 다시 한 번, 소원을 곱씹었다. ‘2월, 시작과 끝이 함께하는 달. 한해를 정리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우리대학 학생 각자의 출발이 순조롭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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