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과 18일 2주에 걸쳐 유명 예능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은 아이돌을 상대로 한 한국사 특강을 펼쳤다. 문제를 맞힌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 옆으로 빠지고 맞히지 못한 이들은 계속해서 문제를 풀어가는 식으로 진행된 역사 퀴즈는 마지막 문제까지 나온 후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대로 앉아 있어 역사교육 상태의 심각성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이외에도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처럼 야스쿠니 신사에 대해 묻자 젠틀맨이라고 대답하거나 3ㆍ1절을 '삼점일절'이라고 읽는 등 학생들의 역사인식 정도가 심각한 수준이다. 역사에 대해서 모를 뿐만 아니라 왜곡된 역사가 옳은 역사라고 인식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일간 베스트'라는 한 포털사이트에서 '5ㆍ18은 북한 특수부대 600명이 한 일이다'는 글이 올라온 적이 있었다. 분명하지 않은 근거를 들이대며 주장을 했던 게시자를 추적해 보니 초등학생이었다고 한다.

역사인식문제는 저학년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대학생의 경우에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과거 한 대학교 디자인과 학생들이 욱일승천기 모양으로 홍보지를 제작한 일이 있었다. 홍보지는 곧바로 없어졌지만 이를 가지고 대학생들에게 인터뷰를 한 자료를 확인해 보니 대부분의 학생들이 '예쁘다' , '눈에 띄고 멋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역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현대 젊은 층으로부터 외면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맹수 교수(원불교학과)는 "한국사회에 글로벌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돼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민족성과 자기정체성이 위기를 맞이했다. 이는 곧 역사인식의 위기와 상통한다"며 "청년들은 역사와 같은 인문학을 통한 자기 발전보다 취업이나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에 급급하다. 결국 한국사회의 구조적 요인들이 젊은 층의 역사인식에 문제를 끼친 것이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역사 교육 제도에도 원인이 있다. 교육부에서 조사한 '고등학교 역사교육변천과정'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992년부터 1997년까지 '국사'교육과 '세계사'교육이 필수로 지정돼있었다. 하지만 1997년 교육제도가 변경되면서 '세계사'가 선택과목으로 지정됐고 현재는 집중이수제로 인해 '국사'는 반짝교육으로 전락했다. 집중이수제란 특정과목을 특정 학기나 학년에 집중적으로 학습하는 제도다.

정부와 각 기관에서는 국민들의 역사의식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교육부 국사편찬위원회는 2006년 우리나라에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도입했다. 당시 제1회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은 시험응시자가 1만 6천 500여 명으로 응시자가 많지 않았으나 지난 1월에 실시된 제18회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는 약 11만7천 명이 지원했다. 제1회 한국사능력검정시험과 비교했을 때 약 7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이 국가고시 시험의 응시자격 요건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교원임용시험에 응시하기 위해서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중급(3급) 이상의 자격증을 보유해야한다. 뿐만 아니라 행정고시, 입법고시, 국립외교원 외교관후보자 시험과 법원행시 등에서도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자격증을 응시자격 요건으로 지정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분위기의 여파로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응시자의 수가 앞으로도 꾸준히 증가할 것이며 국민들의 역사지식 수준도 향상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응시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국사는 수험생들에게 외면 받고 있다. 다른 과목과 비교했을 때 한, 두 문제만 틀려도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로 인해 국사가 필수과목으로 지정되어있는 서울대를 지원하는 수험생을 제외한 다른 수험생들은 국사 응시를 기피하고 있다.

교육전문기업 '이투스청솔'에 따르면 대학수학능력시험 사회과목에서 국사를 선택한 수험생의 수가 해를 거듭할수록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05년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자 중 국사를 선택한 수험생의 비율은 27.7%에 달했으나 지난해 실시된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단 6.9%의 응시자만이 국사를 선택했다. 응시자 수가 줄어들수록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는 범위는 축소되고 이로 인해 국사는 수험생들에게 계속해서 외면당할 수 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학별로 국사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게 되면 국사를 외면하는 경우가 더 많아 질 뿐이며 모든 대학이 사회과목에서 국사를 필수로 지정해야 효과가 있을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인터넷 검색을 하다 보면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경우를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바람의 화원> 이나 <미인도> 같은 영화에서 조선시대 풍속화가 신윤복은 남장여자로 등장한다. 이는 극의 재미를 위한 설정일 뿐이지만 시청자 중에는 실제 신윤복을 여성으로 알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뿐만 아니라 안중근 의사와 윤봉길 의사 직업이 환자의 병을 치료하는 의사(醫師)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의사(義士)가 의사(醫師)와 혼동되지 않아야 한다. 백제의 마지막 왕 의자왕이 3천 궁녀를 거느리며 방탕한 생활을 즐긴 호색한으로 불리는 일 또한 없었으면 한다.

우리는 과거 조상들이 걸어온 길을 걸어가고 있으며 후세들이 뻗어 나갈 길을 열고있다. 역사는 이렇듯 과거형이자 현재진행형이며 미래형이다. 역사를 잊어버린 대한민국에서 세계를 놀라게 한 IMF극복과 제2, 제3의 한강의 기적은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김정철 기자 [email protected]
정도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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