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를 떠올리면 보통 시골인심, 먹거리, 고랭지농업 등을 생각한다. 이 모든 것을 한 곳에서 느낄 수 있는 장터가 있다. 바로 정선 5일장이다. 

 기자는 지난 17일 정선군 정선읍 봉양7길에 위치한 정선아리랑시장에 다녀왔다. 정선 5일장은 정선아리랑시장, 고한시장, 사북시장, 임계시장으로 나뉘어 열리며 각 장마다 다른 특징이 있다.
 정선아리랑시장은 1966년 2월 개장된 시골장터로 올해 개장한지 48년을 맞이한 유서 깊은 장터이다. 원래의 명칭은 정선 시장이었지만 작년 아리랑이 세계 유네스코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후 시대에 발 맞춰 정선아리랑시장으로 공식명칭을 변경했다. 매월 2일과 7일에 장이 서며 산에서 나는 각종 산나물과 약초, 감자, 황기, 더덕, 마늘등의 농산물들이 대표 장거리인 그야말로 친환경적인 장터이다.
 기자는 기차를 타고 영월역에서 정선역으로 이동했다. 정선역이 태백산맥 중턱에 위치한 이유 때문일까. 산을 품고 이동하는 기차 밖의 풍경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나뭇잎에는 가을물이 들기 시작했고 한가위를 앞두고 고향을 찾은 사람들의 표정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기자는 간이역인 민둥산역을 지나 아우라지역을 거쳐 정선역에 도착했다. 10분 정도 걸어가자 정선아리랑시장 입구에 세워진 간판이 기자의 눈을 사로잡았다. '얼른와요! 여가 장터래요'라고 적혀있는 간판을 보니 강원도의 정겨움을 느낄 수 있었다. 추석을 앞두고 간 탓인지 사람들은 한 손에는 장거리 목록이 적힌 종이를, 다른 한손에는 장바구니를 가지고 움직였다. 입구에서부터 강원도의 정감과 사람들의 넘치는 생동감이 느껴졌다.  
 정선아리랑장의 오래된 유래만큼이나 먹거리와 볼거리가 다양했다. 장에 들어서자마자 정선군 아리랑 예술단의 정선아리랑 공연을 볼 수 있었다. 앉아있던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하나 둘 일어나서 예술단과 함께 어우러져 춤을 췄다. 정선아리랑시장이 장의 역할뿐만 아니라 문화와 사람이 어우러지는 공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정선아리랑 공연이 끝나고 시민들의 참여로 이뤄진 떡메치기 행사도 진행됐는데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인상 깊었다. 시민들의 참여로 만든 떡은 현장에 모든 시민들이 나눠먹었다. 갓 만든 따스한 인절미를 입에 물고 "맛있다"를 연발하는 사람들을 보니 기자의 마음도 따뜻해졌다.
 옛날 주막을 재현한 것 같은 먹거리 장터도 인상깊었다. 구수한 전 냄새가 진동하는 시장 안에는 5일장에서만 먹을 수 있는 족발, 떡등의 먹거리가 즐비했다. 기자는 정선아리랑장의 대표음식인 콧등치기 국수를 먹었다. 콧등치기 국수는 면을 먹으면 면이 콧등을 친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멸치육수에 메밀면을 넣어서 먹는 것이다.
 콧등치기국수를 먹고 나와 시장 구석구석을 구경했다. 정선아리랑장은 다른 5일장들과는 다르게 전통시장 안에서 열려 전통시장과 5일장을 함께 구경할 수 있었다. 
 관계자에 따르면 정선아리랑시장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장이라 거의 주된 고객층이 타지 사람들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정선아리랑시장은 2012년에 한국관광공사 '한국 관광의 별' 쇼핑부문 1위에 선정됐으며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선정됐다고 한다. 또 사람들이 가장 가보고 싶은 전통시장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정선아리랑시장에서 각설이를 하는 조명수 씨(50)는 "정선아리랑장이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는 예전보다 많이 발전한 교통의 덕도 있다. 또 강원도의 풍부한 자원을 정선아리랑시장에서 볼 수 있고 정선이 갖고 있는 시골인심과 청정환경이 인기의 요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장을 구경하던 기자는 나물을 파는 할머니 목에 신토불이증이라는 작은 카드가 걸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 신토불이증은 정선군에서 심사를 거쳐 정선군민에 한 해 수입 제품을 쓰지 않고 직접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만 주는 품질보증서 같은 것이라고 한다. 이 뿐만 아니라 정선군에서만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아리랑 상품권을 발행해 5일장에서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했다.  
 김요한 씨(37,서울)는 "정선아리랑시장은 전국적으로 유명해 예전부터 오고 싶었다. 유명 먹거리인 곤드레밥, 콧등치기 국수도 맛있게 먹었다. 전통시장이라 옛 모습만 있을 줄 알았는데 현대적인 모습도 있어서 신기했다"며 "사람들이 평소에 경험하지 못했던 전통시장의 모습을 정선아리랑시장에서 경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학교를 파하고 친구들과 함께 지역의 장을 찾는 것이 인상 깊었다. 친구의 손을 잡고 장 이곳저곳을 구경하며 자연스레 장에서 밥을 사먹는 것을 보니 놀라운 마음마저 들었다. 정선아리랑시장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는 지역 사람들의 장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했다.  
 한때 '빠름빠름빠름'으로 시작하는 광고 CM이 큰 인기를 끌었었다. 한 예능프로그램에서는 빠르고 간단한 야식을 선보여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뭐든지 빠르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한 곳에서 모든 것을 구매할 수 있는 대형마트는 굉장히 매력적인 쇼핑 장소일 것이다. 
 정선아리랑시장에서 사람들이 능숙하게 흥정을 하고 덤을 주는 것을 보며 대형마트에서는 볼 수 없는 전통시장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람과 정, 그리고 문화가 함께 살아 숨쉬는 정선아리랑시장을 찾아가 보는 것이 어떨까? 
 
  신수연 수습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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