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2월 21일은 역사적인 날이다. 이날이 바로 세계인에게 냉전이 종식될 것이라는 희망이 생긴 날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미소 냉전이 한창이던 이때 미국 대통령 리처드 닉슨이 중국을 방문했기 때문이다. 이 일로 인해 닉슨은 미국 대통령으로서 처음 중국을 방문한 대통령이 되었다. 1970년 마오쩌둥은 미국의 신문기자인 에드가 스노우를 초청해서, 국경절 행사에서 천안문 성루에 같이 올라 자신의 옆에 세웠다. 에드가 스노우는 마오쩌둥을 비롯한 공산당원들을 인터뷰하여 쓴 글인 『중국의 붉은 별』의 저자이며, 중국통으로 유명하다
인간의 식문화는 특정 지역의 기후와 지리적 특성, 종교, 관습 등의 포괄적인 영향을 받아 형성되는 것이다. 고대 러시아인 식문화의 중심에는 '카샤'와 '블린'이 있었다. 카샤는 죽으로 호밀과 보리, 귀리 등으로 만들었고, 결혼식의 중심 음식이었으며 전쟁 시 평화를 상징하기도 했을 정도로 중요했다. 블린은 팬케이크로 러시아인이 기독교 세례를 받기 전 믿었던 토속신앙의 영향으로 태양을 닮은 둥근 모양이었다. 빵과 소금은 외부인을 환대한다는 의미로 사용되어 하나의 예식이 되었다. 쟁반에 둥근 빵과 소금을 얹어 환대의식을 치르는 것을 '흘
지난 2023 카타르 아시안컵 여정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월드클래스' 손흥민을 필두로 역대 최강의 스쿼드라 평가된 대표팀이 거둔 결과라 더더욱 아쉬웠다. 필자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64년 만에 아시아 정상에 오를 최적의 시기가 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대회 내내 반복된 수준 낮은 경기력과 이후 불거진 선수단 분열 소식은 많은 축구팬들을 실망시켰다. 단순한 화풀이도 섞여 있었으나, 한국축구의 미래를 위한 염려가 담긴 비판과 고언이 수없이 쏟아졌다.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났다. 아시안컵 결과에 대한 소란도 잦아
2019년 6월 2일 일본의 공영방송 NHK에서 방영된 스페셜 다큐멘터리의 제목이다. 다계통 위축이라는 진행성 신경질환을 앓고 있던 일본인 여성 코지마 미나는 2018년 스위스의 한 안락사 단체를 통해 삶을 마감했다. 한국에서 유학했던 경험을 살려 통번역 일을 하며 스스로 삶을 개척해왔던 그녀는 48세에 병을 선고받았다. 병이 진행됨에 따라 몸을 제어할 수 없게 되고 누워서 지내며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하는 것은, 자립심 강한 커리어우먼이었던 그녀에게는 절망적인 현실이었다. 어렵게 몸을 움직여 자살 시도도 여러 번 하였다. 그러던
〈파묘〉와 우리대학 박물관 무당, 풍수사, 장의사들이 거액의 돈을 받고 묘를 이장하며 생기는 미스터리를 다룬, 최근 개봉한 장재현 감독의 영화 열풍이 뜨겁다. 장재현 감독은 전작 (2015), (2019)에 이어 를 통해 K-오컬트의 세계를 확장하고 있다. 한편으로 김은희 작가의 (2023)도 작년 큰 화제를 모았었다. 이에 따라 한국 무속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는데, SNS 상에서 한국 무속 관련 학술서적을 서로 추천하는 모습도 보일 정도이다. 영화를 보고 혹 한국 무속에 관심이 생
2023년 11월 21일 북한이 정찰위성 로켓을 발사하고, 우리 정부는 9.19 군사합의의 부분적 파기를 선포하고, 이윽고 22일 북한은 9.19 군사합의의 사실상 전면 파기를 선언하며, 남북한 관계를 다시 긴장과 갈등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 긴장과 갈등은 비단 남북한 사이에서만 상존하는 반복성이 아니다. 미국과 중국 사이, 중국와 일본 사이, 한국과 일본 사이, 미국과 러시아 사이 등등 동북아시아를 구성하는 각 나라들의 관계 어디에나 갈등과 긴장이 상존할 뿐만 아니라, 최근 세계의 정치경제 상황이 악화되어가면서, 점점 더 악화일로
봉황은 어떤 새인가? 캠퍼스를 거닐다 보면 자주 마주치는 새 한 마리가 있다. 바로 우리 대학의 상징 봉황이다. 봉황의 봉(鳳)자는 약 3,000년 된 글자인 갑골문에서부터 등장한다. 신(辛)자와 조(鳥)가 결합한 형태로, 신은 무기를 뜻하며, 조는 토템을 상징하여 곧 제정일치 시대의 왕권을 나타낸다. 지금 우리가 가진 문헌 자료에서 '봉황' 두 글자가 나오는 최초의 책은 『산해경』이다. 산과 바다에 관한 경전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책은 신비한 동물과 기이한 사람들을 이야기하며,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신화서라고 평가받는다. 여기서
중국인들의 인권에 대한 관심은 청나라 말기부터 이미 시작되었다. 여성 인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때 '여계혁명'을 외친 인물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하진'이다. 하진은 1886년 태어나서 1904년 근대중국의 대표적 지식인의 하나로 이름이 알려진 유사배와 결혼했다. 결혼 이후 상해애국여학교에 입학하여 공부를 하면서 '반'이라는 이름에서 '하진'으로 개명했다. 1907년 유사배와 함께 일본에서 하진은 중국 최초의 무정부주의 잡지 중 하나인 『천의보』를 발간했다. 당시 하진은 육회권, 서아준, 주노도, 장욱 등과 함께 '여자복권
북극 지역의 일부와 시베리아·극동은 러시아 연방의 영토로 '러시아의 아시아지역'이라고 불린다. 흔히 '동토의 왕국'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곳에도 짧지만 아름다운 사계절이 존재하며, 우리 한국인과 비슷한 외모를 가지고 있는 '고아시아인종'을 포함한 다양한 토착종족들의 오랜 삶의 터전이다. 이들 중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은 그 수가 약 4만 명 정도 되며, 과거 원주민에 대한 차별적 시선이 담긴 '사모예드'로 불리기도 했던 툰드라 네네츠인이다. 북극과 시베리아·극동지역의 토착종족 대부분이 그런 것처럼 툰드라 네네츠인도 전통적으로 사냥과
최제우의 시천주적 인간관 지난 9일과 10일 동경대학에서 열린 "제3회 존엄학 심포지엄"에서 강연을 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나에게 주어진 역할은 "한국철학의 인간관"에 대해서 1시간 동안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주저없이 최시형(崔時亨)의 인간관을 소개하겠다고 하였다. 최시형(1827~1898)은 동학을 창시한 최제우(1824~1864)의 제자로, 1894년 동학농민혁명 당시 동학 교단의 최고 지도자였다. 이하에서는 이날 발표한 내용을 간단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동학(東學)은 '동방의 학문'이라는 의미로, 지금으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지만, 오늘날 한국 사회는 문화적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여기에는 한국 대중문화의 세계적인 확산이라는 배경이 있습니다. 2004년 무렵, 일본에서 방영된 한국 드라마 〈겨울연가〉는 일본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주연배우인 배용준은 일본에서 대스타가 되었습니다. 당시 많은 한국인들은 일본이 한국 드라마와 연예인에 열광하고 있다는 사실을 신기하고 놀라워했습니다. 이때부터 한국에서는 일본에서의 한류 드라마 확산 나아가 동아시아에서의 한류 열풍에 관심을 가지며 자부심을 가지
2023년 3월 11일 일본 히로시마시 원폭돔 앞에서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한 오후 2시 46분에 맞춰 시민과 관광객이 묵념을 시작했다. 이후 탈원전을 호소하는 시민집회도 개최했다. 그리고 2023년 5월 19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된 G7 정상회의도 히로시마시에서 개최했다. 각국 정상들은 히로시마 평화공원과 미야지마를 방문했다. G7 정상회담을 원폭 피격지에서 개최함으로써 북핵 폐기를 강조하고자 했다. 이처럼 히로시마는 핵을 상징하는 지역이 되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폭 피해를 당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1945년
2022년 2월 24일,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별 군사작전'을 명하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시작되었다. 러시아는 전차와 전투기를 앞세운 20만 대군으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키이우)를 습격하였으나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강력한 저항으로 인해 실패했고 전쟁은 우크라이나 동부로 옮겨가며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이 무엇이냐에 대해서는 많은 전문가들은 의견을 달리하고 있으나 대부분 영구집권을 노리는 푸틴의 야심과 신유라시아주의라는 러시아의 패권의식이 낳은 결과로 이야기되고 있고 또 다른
2019년 11월에 처음으로 발생한 코로나바이러스는 2020년 1월부터 전 세계로 퍼지기 시작했다. 코로나19는 이후 수많은 확진자와 사망자를 기록했고,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이처럼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보건은 매우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의 보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쌍천(雙泉) 이영춘(李永春, 1903~1980)이다. 최근 문화재청에서 이영춘이 기록한 3건(자혜진료소 일지, 개정중앙병원 일지, 농촌위생연구소 일지)을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한다고 발표하면서 이영춘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고 있다. 이에
하늘길이 다시 열렸다. 오랜만에 해외에서 이국의 문화와 공기를 마시고 새 학기를 맞이한 이들도 있으리라. 유난히 엄격했던 동아시아 각 지역의 록다운 해제는 한국을 비롯한 이 지역 전통의 관광지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근 삼여 년 동안 한산하던 인천국제공항은 드나드는 여행객들로 분주하다. 한국의 일본 여행객 숫자는 록다운 이전 수치를 빠르게 회복 중이다. 동남아를 찾는 여행객도 폭증했다고 한다. 거리를 걷다 보면 한동안 보기 어려워진 외국인 관광객들을 종종 만날 수 있다. 그래, 원래 이랬었지. 해외 방문이 자유로워지면서 다시
일본의 오스기 사카에(大杉榮,1885-1923)는 대표적 크로폿킨주의자였고, 중국의 리스쩡(李石曾), 스푸(師復) 그리고 한국의 신채호, 류자명 등은 모두 크로폿킨주의자였다. 그만큼 근대 동아시아에 영향을 미친 대표적인 인물은 러시아 혁명가 표트르 알렉세예비치 크로폿킨(Pyotr Alexeyevich Kropotkin, 1842-1921)였다. 크로폿킨은 귀족의 작위를 버리고 국가에 맞서는 혁명가의 길을 선택한 인물이다. 그는 러시아 명문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장교직을 사임하고 영지로 돌아와 토지를 사들였고, 당시
영국의 수학자이며 철학자로 노벨문학상을 받기도 한 버트란드 러셀(Bertrand Russell)은 1920년 10월 12일 량치차오, 차이위엔페이 등이 설립한 강학사의 요청으로 중국을 방문하였다. 그로부터 1921년 7월 11일까지 9개월을 중국에 머물게 된다. 러셀은 상하이, 항저우, 난징을 거쳐 점점 북상하여 한커우, 창샤를 거쳐 베이징에 도착하였다. 여러 도시 중 베이징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머물렀다. 러셀이 가장 맘에 들었던 도시는 항저우와 베이징이었다. 항저우는 고대 문명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도시로, 이탈리아의 도시보다 더
'우리'는 단 한시도 나 혼자로서는 살아가지 못한다. 나는 언제나 '우리'이고, 이 우리는 또 다른 우리와 엮이고 관계하면서 '우리'는 더 크고 복잡한 관계의 망으로 얽혀간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라는 관계의 아상블라주는 그 관계망에 속한 각자의 '우리'에 대한 다른 생각으로 복잡성을 더해간다. 말하자면, 각자는 모두 '우리'를 말하지만, 그 각자가 말한 '우리'가 각자의 생각에 따라 모두 다 다를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동북아시아'라는 개념이 그렇다. 지리적으로 인접한 나라들이기에 한국, 중국, 일본, 북한, 대만 그
야마가타 아리토모의 등장 한국인에게 있어서 근대 일본군은 어떤 이미지일까요? 아마도 군국주의, 침략의 첨병, "천황 폐하 만세!", 자살 공격 등과 같은 이미지가 떠오를 것입니다. 사실 많은 일본인도 그와 같은 이미지를 떠올립니다. 그만큼 1930·1940년대의 일본군의 이미지가 오늘날까지도 강렬하게 남아있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 육군을 창설한 사나이 야마가타 아리토모를 소개할까 합니다. 그를 통해 일본군, 그중에서도 일본 육군의 출발이 어떠했는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야마가타 아리토모는 도쿠가와 막부 시대인 1838년
중국공산당이 지목한 '전범' 얼마 전 유흥식 대주교가 한국인으로는 네 번째로 추기경에 임명됐다. 우리보다 천주교 전파의 역사가 빠른 중국에서는 1946년 톈껑신(田耕莘) 대주교가 동양인 최초로 추기경에 서품되었다. 톈 추기경이 선종한 뒤 위빈이 중국인으로는 두 번째 추기경에 임명됐다. 교황을 보좌하는 최측근이자 최고위 성직자인 추기경이었던 위빈은 '전범'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무슨 까닭으로 신부가 전범이 되었을까? 1945년 8월, 중국은 8년간의 항일전쟁에서 승리하였다. 승리의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중국은 내전의 소용돌이에 휩싸이